태권코레오, K팝 퍼포먼스로 확장되는 순간[레오 강의 K팝 댄스]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2026. 4.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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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코레오 공동대표 이진주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움직임이 현대 퍼포먼스 안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공연의 흐름을 잠시 멈출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치 뮤지컬에서 객석의 박수가 터져 나오며 장면이 멈추는 순간, ‘쇼스토퍼(Showstopper)’처럼 말이다.

9번째 컬럼에서 소개할 팀은 태권코레오다. ‘태권코레오’는 ‘태권도(Taekwondo)’와 ‘코레오그래피(Choreography)’의 합성어로, 태권도의 기술 동작을 안무와 음악, 무대 위의 흐름 안에서 퍼포먼스로 풀어낸 K콘텐츠다.

이미 완성되고 인정받은 퍼포먼스를 해석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 움직임을 발견하고 읽어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의미 있다.

나는 태권도의 확장 가능성과, 스트릿댄스와의 연결점을 찾기 위해 ‘태권코레오’ 이진주 공동대표를 인터뷰했다.

“태권도의 기본 동작은 이미 완성도 높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막기’, ‘지르기’, ‘치기’에는 ‘힘과 절제’, ‘리듬과 타이밍’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에 힙합(hiphop), 왁킹(waacking), 팝핑(popping) 같은 스트릿댄스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어요. 그렇게 결합된 움직임은 기술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인 언어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태권도의 움직임은 낯설지 않다. 이미 전 세계로 보급된 무예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신체 언어다. 품세와 기본 동작 안에는 세계가 공감하는 호흡과 흐름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 움직임을 접한 해외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해외 관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직관적이었고, 특히 타격감과 속도, 군무에서 오는 정지와 폭발 같은 요소에서 강하게 몰입했어요. K팝 음악과 함께할 때는 열기가 더 뜨거워지는데, 태권도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도 전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응은 확인되었고, 움직임도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이 ‘스타’에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월드 아이돌 그룹 세븐틴(SEVENTEEN)의 호시(본명 권순영)가 육군 군악의장대대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태권무를 선보였던 장면이 떠올랐다. 태권도의 절도 있는 동작 위에 K팝 특유의 칼각을 얹어낸 퍼포먼스였다. 그 장면을 보며, K팝이라는 플랫폼과 이를 대표할 스타가 결합되는 순간 태권코레오는 하나의 콘텐츠를 넘어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K팝 무대와 글로벌 공연에서 그 흐름이 동시에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BTS의 ‘아리랑’ 컴백 무대와, 미국 오스카 시상식에서 선보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축하무대는 한국 전통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가 하나의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진주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전통적인 요소가 현대 퍼포먼스와 결합되는 흐름은 단순한 스타일 변화라기보다, 문화가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전통이 보존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그것을 어떻게 현재의 언어로 풀어내고 동시대 관객과 연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라고 느껴집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아리랑’ 퍼포먼스는 하나의 명확한 사례가 된다.

힘을 밀어붙이는 동작과 여백을 두는 흐름,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움직임은 한국적인 신체 언어의 특징—절제와 흐름—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과장되지 않고, 퍼포먼스의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되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스카 무대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전통은 더 이상 장식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움직이게 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끝으로, 태권코레오의 앞으로의 방향성과 팀에 대한 생각을 함께 물었다.

“저희는 전통을 ‘보여주는 것’에 머물지 않으려고 합니다. 동시대적인 감각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K팝 퍼포먼스와 연결할 때도, 태권도를 하나의 콘셉트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무의 구조 안에 녹여내는 방향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아티스트와의 협업과 다양한 무대를 통해, 태권 기반의 움직임이 K팝 안에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태권코레오는 특정 개인의 결과라기보다, 함께 움직여온 팀 전체의 시간과 노력 위에서 만들어진 퍼포먼스라고 생각합니다.”

태권코레오

이 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태권코레오는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완성도를 증명한 두 사람이 만나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스트릿댄스 배틀 우승 경력을 가진 이진주와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최유리. 서로 다른 완성도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만났을 때, 그것은 실험이 아니라 방향이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킬러 콘텐츠로 확장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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