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소폭 감소에도 영업이익 78.5% 급감 그랑콜레오스 상각비·필랑트 판촉비 등 겹치며 수익성 악화 필랑트, 사전예약 7000대 이어 지난달 르노코리아 전체 판매 74.2% 차지
르노코리아가 올해 내놓은 크로스오버 신차 '필랑트'와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필랑트의 흥행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지난해 크게 흔들린 수익성이 자리하고 있다. 매출 감소 폭은 크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이 1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그간 '오로라 프로젝트'에 투입한 개발비와 신차 출시 비용을 만회하려면 결국 새 차 판매 성과가 뒤따라야 하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르노 필랑트. /사진=르노코리아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신차 필랑트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TV부터 서울·부산 등 도심 곳곳의 옥외 전광판, 포털 사이트 등에서 필랑트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또 올해 프로야구 시즌동안 부산 사직야구장에 '르노 존'을 설치하고,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테니스 대회에도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브랜드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24년 하반기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에 이은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신차 필랑트까지, 르노가 신차에 쏟아붓는 만큼 판매 실적이 잘 나와야만 한다는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매출은 3조5767억원으로 전년 3조6997억원보다 3.3%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960억원에서 206억원으로 78.5% 급감했다. 순이익도 751억원에서 283억원으로 62.3% 감소했다. 외형은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수익성은 훨씬 큰 폭으로 악화한 셈이다.
실제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총이익은 6765억원에서 6317억원으로 줄었고, 판매비와관리비는 5805억원에서 6111억원으로 늘었다. 본업에서 남긴 돈은 줄었는데 판매와 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오히려 더 늘어난 구조다.
판관비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의 배경은 더 분명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형자산상각비다. 이 항목은 2024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460억원으로 약 280억원 급증했다. 광고판촉비도 593억원에서 842억원으로 늘었고, 판매컨설팅은 1066억원에서 1463억원으로 증가했다. 품질보증비와 금융수수료, 임차료도 전반적으로 늘었다.
르노 필랑트 공개 행사. /사진=르노코리아
이 가운데 무형자산상각비 증가는 르노코리아가 추진해온 신차 개발 프로젝트의 후행 비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재무상태표상 무형자산 가운데 개발비는 2024년 말 1367억원에서 지난해 말 2029억원으로 늘었다. 기술사용권은 2559억원에서 2327억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관련 자산이 비용으로 나뉘어 반영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판관비에는 필랑트의 올해 초 론칭을 준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 비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랑 콜레오스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2024년에는 9월 출시 이후 4개월치만 반영됐지만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으로 반영되며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적재산권이나 기술사용권은 유형자산 감가상각비가 아니라 무형자산상각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랑 콜레오스 관련 IP 상각이 지난해 판관비 부담을 키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읽힌다.
쉽게 말해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하기 전까지 해당 차종에 들어간 일부 개발비와 기술 관련 비용을 자산으로 쌓아뒀다가, 실제 판매가 시작된 뒤부터 이를 손익계산서 비용으로 나눠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2024년에는 9월 출시 이후 4개월치만 인식됐지만, 지난해에는 12개월치가 온전히 반영되면서 상각비가 불어난 셈이다. 여기에 올해 초 출시한 필랑트의 론칭 준비 비용까지 겹치면서 르노코리아의 판관비 구조는 전년보다 더 무거워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매출 구성 변화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완성차 매출은 2조8980억원에서 2조8448억원으로 줄었고, 기타매출은 2458억원에서 159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31.3% 늘어났으나 수출이 46.7% 감소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17.7% 줄어든 탓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올해 르노코리아 실적 반등의 성패는 사실상 필랑트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랑트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4920대가 판매돼 르노코리아 전체 판매 6630대의 74.2%를 차지했다. 이미 사전예약 7000대를 돌파한 데 이어 실제 출고에서도 존재감을 보이며 사실상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은 필랑트가 올해 르노코리아의 외형 회복은 물론 수익성 방어를 이끌 핵심 카드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