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시험대 놓인 '제조업 강국'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선생님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물으셨다.
패권 경쟁 속에서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들은 '중국의 급부상'과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마주하고 있고, 각국이 왜,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금 독일, 일본, 대만, 한국 등 제조업 강국들이 당면한 시대적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들 나라 중에서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고 공급망과 성공 모델을 재편하는 국가만이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전환 가속·공급망 위기
성공모델 새로 쓴 국가만
제조업 강국 위상도 유지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선생님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물으셨다. 이런저런 문답 끝에 '19세기 서구열강의 침탈 속에서 왜, 어떻게 일본은 제국주의 국가가, 중국은 반(半)식민지가, 한국은 식민지가 되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같은 봉건국가라고 생각하고 각국의 쇄국 및 개방 노력을 역사적 사건 위주로 공부했던 어린 소견에 큰 자극을 주었고 세 나라가, 예를 들면 중화세계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 통치 이데올로기, 상업자본의 성장 여부 등 정치·경제·사회 면에서 서로 달랐고, 그 궤적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로 다르게 작용했음을 짐작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오늘날 세계 산업 질서의 거대한 변화 때문이다. 패권 경쟁 속에서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들은 '중국의 급부상'과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마주하고 있고, 각국이 왜,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기업·지역사회·직업교육이 긴밀히 연결된 체계를 바탕으로 숙련 노동력 확보 및 장기적인 기술 축적을 통해 자동차·기계·화학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선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무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고령화, 대중국 의존 구조 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와 AI 등 전환에 더디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일찍부터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제시해왔고, 가이아-X 등 산업 데이터 생태계 구축 등 새로운 기반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장기 고용과 현장 중심 개선, 기업 내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장기 침체 속에서 산업 구조의 경직성과 IT 전환 지연이 드러났다. 다만 소재·부품·장비와 정밀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만의 성공 모델은 독특하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리더십에 직접 도전하지 않으면서 이들 기업 및 중국 기업들과 연계하는 절묘한 분업 구조를 창출했다. 반도체 중심의 첨단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산업 클러스터, 중소·중견기업 간 네트워크, 연구기관과 기술 인력 양성 체계를 결합한 것이 경쟁력의 배경으로 평가된다. 지정학적 긴장과 환율 등 불안 요인도 적지 않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대응하고 있다. 향후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및 협력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한국도 당당한 제조업 강국이다. 자동차와 조선은 물론이고 반도체, 원전, 방산 등 세계가 주목하는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전환 등 변화의 흐름에도 뒤처지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지금 독일, 일본, 대만, 한국 등 제조업 강국들이 당면한 시대적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각국의 궤적, 축적된 역량, 내재된 구조적 한계는 서로 다르고, 이를 배경으로 한 산업 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 나라 중에서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고 공급망과 성공 모델을 재편하는 국가만이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한국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만 제조업 경쟁력은 어느 한 부처의 산업 정책만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 교육, 금융, 노동, 환경, 에너지, 통상 등 각 분야가 넓은 의미의 산업 정책을 유기적으로 작동시켜 얻는 결과다. '중국'과 'AI'의 파도를 넘어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문동민 한국표준협회 회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오늘의 운세 2026년 4월 8일 水(음력 2월 21일) - 매일경제
- 트럼프 ‘전쟁할 결심’ 만든건 네타냐후 입이었다…참모 만류에도 “금방 끝나” - 매일경제
- “어서오세요 공주님”…40년된 이 브랜드, 다시 ‘공주 감성’ 꺼낸 이유는 - 매일경제
- [속보] 트럼프 “호르무즈 선박 정체해소 지원…큰 수익 창출될 것” - 매일경제
- [속보] “탈출 늑대, 오월드 사거리 쪽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 - 매일경제
- 큰 기대 안 했는데 존재감 과시…미국 이란 ‘전격 합의’ 이끈 이 나라 - 매일경제
- “1월에만 81조 벌었다고? 역시 투자 고수”…국민연금 적립금 1500조 돌파 - 매일경제
- “코스피 8000 가려면… ‘징벌적 상속세’부터 손봐야” - 매일경제
- “미국의 완전한 승리, 100%다”…‘2주 휴전’ 선언 후 트럼프가 남긴 한마디 - 매일경제
- 우승 오가는데, ‘판정 논란’…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 KOVO는 “정독이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