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합의’에 국제유가 급락…주유소 기름값 고공행진 멈출까

손우성 기자 2026. 4. 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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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앞두고 고민
당장 가격 내려갈 가능성 작지만 긍정 요인↑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은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한수빈 기자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8일 국제유가는 크게 하락했다. 관심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일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 상한선을 결정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휴전 합의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당장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평시 국내 정유사는 1~2주 전의 국제유가를 공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유소 판매가엔 2~3주 후에나 영향을 미친다.

다만 지금은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정유사의 공급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 부담을 고려해 공급가를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유가가 떨어졌으니 가격 반영 시차와 상관없이 공급가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도 국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3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ℓ당 보통 휘발유 1934원, 자동차·선박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을 최고 공급가격으로 지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산업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안에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7척이 대기 중이며 원유 1400만배럴이 실려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가능한지는 말을 아꼈지만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한국에 도착하면 원유 수급엔 단비가 된다. 1400만배럴은 국내에서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량이 늘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과 이란이 언제 휴전 협상을 파기할지 모르는 데다 기뢰에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이날 “유류비 부담과 물류·운송비 증가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처에 주유소를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앞서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현행 기준대로 지원금 사용처를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장으로 제한하면 주유소 업소 특성상 상당수 주유소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전날보다 10.60원 오른 2013.39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77.73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윤활유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 주재로 석유제품 수급대책회의를 열고 윤활유 유통 과정을 점검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정유사의 윤활유 생산량은 76만배럴이다. 지난해 3월(71만배럴)과 비교해 생산량이 늘었다. 산업부는 윤활유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시중에서 공급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사는 최근 윤활유 제품 가격을 인상했거나 인상 계획을 대리점에 통보했다.

산업부는 “수급 불안을 틈탄 인위적인 물량 조절이나 과도한 가격 인상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관해선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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