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호의 넥스트 프레임] AI 착시 속 반도체 호황, 시장은 이미 미래를 반영했다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2026. 4. 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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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전쟁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이익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시장은 이미 'AI 수요는 경기와 무관하다'는 전제를 가격에 반영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고, 매출도 133조원으로 기대치를 넘어섰다. 특히 이익의 대부분이 메모리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수요의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클라우드 기업들은 HBM과 DRAM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그 결과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상승했다. DRAM 가격은 분기 기준 60% 이상 올랐지만 수요는 줄지 않았다.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흐름이 전쟁과 에너지 불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시장은 AI 수요를 경기 민감이 아닌 구조적 수요로 보기 시작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의 핵심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 생산을 늘리는 대신 기존 메모리 생산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는 '이중 병목'이 발생했다. 공급이 제한되면서 가격은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HBM은 엔비디아 AI 칩에 필수적인 부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도 수요가 쉽게 줄지 않는다. 이 구조는 기업들의 이익을 더 크게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전 사이클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격 상승이 오히려 이익 증가를 가속하는 구간이다. 시장이 이를 빠르게 반영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계속 상향되고 있다. 지금은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 변화의 초입에 더 가깝다.

다만, 문제는 기대가 너무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AI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을 거의 의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투자 사이클은 언제든 꺾일 수 있고, 기술 효율이 올라가면 같은 투자로 더 많은 성능을 낼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요 증가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공급이다. 현재는 병목이 가격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 병목이 풀리는 순간 가격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처럼 가격과 이익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작은 변화도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지금 AI 반도체는 가장 강한 산업이 아니라, 가장 많은 기대가 반영된 시장이다. 이익은 확실하지만 가격은 이미 미래를 상당 부분 앞서가고 있다. 지금은 따라가는 구간이 아니라, 한 번 더 점검해야 할 구간이다. 이익은 믿되, 기대는 의심하는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