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굿즈, MZ의 ‘마이크로 재테크’…동성로 중심 리셀 시장 과열 조짐…10·20세대 ‘소액 투자’ 수단으로 부상

서고은 기자 2026. 4. 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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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1천 원이 리셀가 3만 원으로”…MZ세대의 ‘현물 주식'
대구 동성로의 한 인형뽑기점. 한 20대 고객이 키링 뽑기에 집중하고 있다. 서고은 기자

취미의 영역이던 캐릭터 굿즈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리셀(Resell·재판매)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지속되는 고물가 속에서 적은 자본으로 수익을 노리는 '마이크로 재테크' 수요가 캐릭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대구 도심 상권에서도 관련 소비·거래가 두드러지고 있다.

인형뽑기·가챠샵, 소액 투자 현장

지난 7일 오후 3시께 찾은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무인 인형뽑기점. 특정 캐릭터 상품을 확보하려는 이들로 기계 앞은 연신 북적였다. 대학생 김유진(22)씨는 뽑은 인형의 정품 태그(Tag)와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며 "운이 좋으면 1천 원으로 수만 원대 정품을 건질 때도 있다"며 "한동안 보관했다가 다시 유행이 오면 되팔아 용돈벌이를 한다"고 말했다.

인근 가챠샵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희귀템'을 뽑은 고등학생 조혜원(17)양은 곧바로 중고거래 앱을 열어 실시간 거래가를 확인했다. 조 양은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갖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판매하기도 한다"며 "희귀도가 높을수록 잘 팔린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청소년층의 충동 소비와 도박성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가챠 상품은 재고가 풀린 뒤 가격이 단기간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것으로 확인된다.

입고 정보 공유 전쟁…동성로는 '오픈런 명소'로

동성로 일대 캐릭터 편집샵과 소품샵에는 SNS에서 화제가 된 신규 굿즈가 입고되는 날이면 개점 전부터 긴 대기 행렬이 늘어선다. 이러한 정보는 주로 SNS 공식 계정의 실시간 입고 공지나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사실상 '투자 정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동성로의 한 소품샵 앞에서 만난 구현정(26)씨는 "오늘 들어온 굿즈는 늦게 오면 구하기 어렵다"며 "귀여운 굿즈를 사는 재미도 있지만, 리셀 가격을 생각하면 더 서두르게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한정판 굿즈의 1차 발행지 역할을 하면서도 과열을 막기 위해 온라인 사전 예약제, 1인 구매 제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희소성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 소비 과열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고거래 플랫폼 어플에서 실시간으로 캐릭터 굿즈의 판매·구매 입찰가와 체결 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다. 서고은 기자

◆10·20세대 일부에서 '현물 투자'처럼 소비…대구 중고거래도 급증

동성로 상권 내 중고거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지역 중고거래 커뮤니티 관리자는 "올 들어 캐릭터 굿즈 관련 판매·구매 글이 체감될 정도로 증가했다"며 "특히 희귀 상품의 경우 거래가 성사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캐릭터 굿즈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특히 연예인 착용이나 SNS 밈(Meme)으로 떠오른 캐릭터는 단기간 가격이 뛰며 소위 '테마주' 현상을 보인다. 이는 적은 비용으로도 즉각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하고, 실물을 보유하는 만족감까지 더해져 일부 10·20세대를 중심으로 '현물 투자'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키덜트(Kidult)'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4%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골프·캠핑 등 기존 인기 레저 품목의 성장률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서도 국내 캐릭터·키덜트 시장이 수년 전 대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시장 규모 전망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며, 단기간 고성장을 일반화하기에는 데이터의 보수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리셀 전문 플랫폼에 따르면 발매가 2만8천 원이었던 특정 캐릭터 키링은 최고 80만 원대에 거래되며 약 2천8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수년 전 출시된 고전 캐릭터 굿즈가 당시 가격의 수십 배를 웃도는 15~20만 원대에 활발히 거래되는 등 캐릭터 굿즈가 '현물 자산'으로서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관계자는 "신고가 기준은 극히 일부 거래일 뿐 시장 전체 흐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과열 가격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가품·사행성 조장 기승… '덕테크'의 그림자

리셀 시장의 급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표적으로 가품(Fake) 유통과 상표권 침해가 문제된다. 리셀가가 폭등하면서 정교하게 제작된 가품이 중고 플랫폼에 허위 매물로 올라오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 유명 캐릭터 굿즈를 중고로 구매한 정모(26)씨는 "(해당 캐릭터와) 똑같이 생겨 당연히 정품인 줄 알고 비싸게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색깔이 미묘하게 다른 가품이었다"며 "중고 거래에서 가품을 정가보다 비싸게 사서 손해를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행에 민감한 캐릭터 산업 특성상 '단기 트렌드 변동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뽑기와 같이 무작위 확률에 기반한 상품 확보 방식은 청소년들에게 '도박적 소비 패턴'을 심어줄 수 있으며, 특정 연예인이나 SNS 이슈로 급등한 시세는 유행이 지나면 순식간에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과거 골동품 투자의 메커니즘이 젊은 세대의 소비 문화로 전이된 것"이라며 "제품 본연의 효용성에 소비자가 부여한 '의미'와 '희소성'이 더해져 가격이 결정된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허 교수는 "제품의 자질보다 과도한 의미 부여에만 기댄 가격 급등락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이 합리적인 가격 형성 기제를 갖추고 있는지, 투기적 요행을 바라는 비이성적 과열로 흐르지는 않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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