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년 차 동성부부, 비수도권 첫 '혼인평등소송'
동성 부부, 부산가정법원에 소송 제기

부산에서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동성부부가 관할 구청의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불복해 법정 투쟁에 나섰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혼인평등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퀴어문화협동조합 ‘홍예당’ 등 인권단체들은 8일 부산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원고는 20년 이상 한 집에서 동거하며 삶을 꾸려온 남성 A(60대) 씨와 남성 B(50대) 씨 부부다. 이들은 지난해 괌에서 결혼식까지 올렸지만, 지난해 12월 연제구청에 제출한 혼인신고는 결국 ‘불수리’ 처리됐다.
원고 측은 “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법적으로 타인으로 취급돼, 아플 때 수술 동의를 하거나 병실에서 곁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고 상속이나 연금 승계도 불가능하다”며 “혼인평등은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다”고 밝혔다.
소송 대리인단은 “법이 혼인의 형태나 대상을 임의로 정해 성소수자를 법률혼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고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2024년 10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11쌍의 동성 부부가 소송을 낸 이후,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최초로 제기된 혼인평등소송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변호사 등 총 22명이 ‘혼인평등소송 대리인단’으로 참여한다.
국내법상 동성혼은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법원의 견해가 줄곧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동성 부부가 기초지자체에 혼인신고를 접수하더라도 현행 민법 제812조 등을 근거로 곧장 불수리 처분된다.
이날 대구와 울산에서도 청년 동성 부부들이 관할 구청의 혼인신고 불수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며 각각 대구가정법원과 울산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행정 소송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도 함께 신청했다. 현행 민법상 동성혼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없음에도 이를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혼인의 자유 및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법정 다툼이 계속 이어진다. 앞서 대법원은 2024년 7월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며 이들의 법적 지위를 사상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를 발판 삼아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성 부부들이 “동성혼을 불허하는 현행 민법은 위헌”이라며 혼인평등 집단소송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