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男 63%, ‘영포티’에 “너무 싫어”…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을까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2026. 4. 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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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풀어주리]
‘영포티’ 누가 가장 싫어하나...“2030 남성 63% 부정”
“운 좋은 시대에 집 샀잖아요”…부동산·세대 인식의 충돌
“정치적으로 편향됐다?”…이념보다 경험의 문제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영포티 관련 밈. SNS 캡처

“스투시 모자 + 나이키 운동화 + 오렌지색 아이폰 17”

겉모습만 보면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묘하게 ‘어색하다’는 반응이 붙는다. 이른바 ‘영포티’다. 한때는 트렌드에 민감한 40대를 뜻하는 가벼운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조롱과 갈등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영포티라는 말은 원래 ‘젊어 보이고 싶은 40대’를 지칭하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에서 출발했다. 2030세대의 스트리트 패션을 따라 입고, 최신 전자기기를 소비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영국 BBC도 한국의 ‘영포티’ 현상을 주목한 바 있다. 지난 1월 보도에서 이를 “젊음을 유지하려는 40대 중년층”으로 설명하면서도, 최근에는 “노화를 거부하고 과도하게 젊어 보이려 애쓰는 집단”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BBC는 특히 스투시 의류·나이키 신발·아이폰 등 소비 패턴 변화를 근거로 들며, 한국 사회의 강한 나이 위계 문화 속에서 젊은 세대의 피로감이 ‘영포티’라는 조롱형 밈으로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영포티’ 누가 가장 싫어하나...“2030 남성 63% 부정”

한국리서치
‘영포티’ 밈을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집단은 2030세대, 특히 남성이다.

8일 한국리서치가 2월 6~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영포티라는 단어를 들어본 2030 남성의 63%가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도 부정 인식이 더 높았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더 많아 세대 간 인식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영포티를 떠올릴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이미지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는 40대’(49%), ‘젊은 세대 문화를 따라 하는 40대’(48%), ‘권위를 내세우는 40대’(41%)였다. 특히 20대의 60%는 ‘젊은 이성에게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40대’를 연상했다.

반면 ‘기득권 40대’라는 경제적 이미지는 14%에 그쳤다. 영포티에 대한 반감이 ‘돈’이 아니라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운 좋은 시대에 집 샀잖아요”…부동산·세대 인식의 충돌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세대 갈등의 핵심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동산 기득권’ 프레임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40대는 부동산 상승기에 자산을 형성한 운 좋은 세대’라는 질문에는 동의 47%, 비동의 44%로 팽팽했다. 다만 20·30대에서는 동의가 더 많았고, 40대 당사자는 69%가 이를 부인했다.

또 ‘40대가 기회를 아래 세대에 공정하게 나누고 있다’는 질문에는 23%만 동의했다. 흥미로운 점은 40대 역시 59%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기회를 독점했다”는 인식에는 세대 간 차이가 있지만, “공정하게 나누고 있지 않다”는 인식은 세대를 넘어 공유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세대 갈등의 양상도 흥미롭다. 2·30대와 4·50대는 서로를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세대로 지목했고, 상대 세대가 자신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비율도 높았다. ‘청년 세대가 중장년층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데에는 28%만 동의한 반면, ‘중장년층이 청년 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데에는 46%가 동의해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구조 속에서 영포티라는 밈이 갈등의 언어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이념보다 경험의 문제

한국리서치
정치 인식에서도 세대 간 균열은 뚜렷했다.

‘40대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질문에 대해 보수층은 65%가 동의한 반면, 진보층은 29%만 동의했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65%)과 20대(57%)에서 동의 비율이 높았고, 40대는 57%가 동의하지 않았다.

또 ‘40대는 젊은 세대에게 권위적이다’라는 문항에서는 20대 58%, 30대 52%가 동의했지만, 40대는 과반이 이를 부인했다.

정치 성향 자체보다도 ‘권위적이다’, ‘이해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인식이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영포티 논쟁은 단순한 밈을 넘어 세대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BBC 역시 이를 “꼰대 문화의 확장된 형태”로 해석하며, 경제적 박탈감과 문화적 피로가 결합된 결과라고 짚었다. 다만 동시에 40대 스스로는 자신들을 ‘샌드위치 세대’로 인식하며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서의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조명했다.

결국 핵심은 ‘누가 더 유리한 세대인가’보다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가깝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영포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경제적 기득권층’ 보다 ‘젊은 척·권위·부적절한 접근’ 같은 행동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특정 세대를 낙인찍기보다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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