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응급실 뺑뺑이 비극…대구가 이 지경인가
대구에서 또다시 '응급실 뺑뺑이' 비극이 발생했다. 임신 28주 차 쌍둥이 산모가 대형병원 7곳을 전전하다 결국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한 아이가 목숨을 잃고 다른 한 아이마저 뇌 손상을 입었다. 신고 후 병원 도착까지 4시간. 그 사이 생명이 무너졌다. '메디시티'를 자부해 온 대구에서 일어난 일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다.
뺑뺑이의 원인은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 신생아 중환자실 부족, 법적 부담 우려 등 다양하지만 결과는 하나다. 환자는 길 위에서 방치됐고,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렀다. 2023년 10대 환자 사망 이후 도입한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 역시 이번 사건 앞에서 무력했다. 제도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응급의료 구조다. 필수의료 인력은 줄고, 고위험 진료는 기피되며, 전문 의료인력 수도권 쏠림은 심화되고 있다. 병원과 의료진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위험은 크고 보상은 부족한 구조 속에서 책임만 강요하는 정책의 실패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비극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 붕괴의 결과다.
하지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광주·전남·전북은 응급실 의사와 119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광역 컨트롤타워가 이송을 조정하는 체계를 통해 지난 한 달간 '뺑뺑이 0건'을 기록했다. 응급 처치 후 전원까지 책임지는 협업 시스템이다. 큰 재정 투입 없이도 '의지와 구조 개선'만으로 가능한 변화였다.
대구는 병원 간 경쟁과 책임 회피, 행정의 안일함이 얽혀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이제 지역에서 두 번 다시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광주형 모델을 참고해 대구·경북 실정에 맞는 광역 통합 이송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 실시간 병상 정보 공유, 의료진 간 직접 소통, 강력한 컨트롤타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대구는 지방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의료 수준이 높은 '메디시티'라 자부해 온 도시다. 대구가 더 이상 '응급실 뺑뺑이 도시'라는 오명을 쓰지 않게 철저히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