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15주년 ‘서화무진’…한국화의 경계 다시 묻다

곽성일 기자 2026. 4. 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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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강연 연계로 전통과 동시대 흐름 입체 조망
수묵·채색 넘어 영상·설치까지 확장된 한국화 실험
▲ '지금, 한국화를 말하다' 홍보물

한국화는 어디까지가 전통이고, 어디서부터 현재일까.

대구미술관이 개관 15주년을 맞아 선보인 특별전 '서화무진'과 연계 강연 '지금, 한국화를 말하다'는 이 질문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풀어낸다. 전시와 강연을 별개의 프로그램이 아닌 하나의 사유 과정으로 연결한 점이 이번 기획의 핵심이다.

'서화무진'은 끝이 없는 흐름을 뜻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한국화는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미술관은 개관 15주년 특별전 '서화무진'을 전시실에서 진행 중이며, 이와 연계한 성인 대상 강연 프로그램을 오는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총 3회 운영한다고 밝혔다. 강연은 22일과 24일, 29일 오후 2시 교육실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의 제목 '서화무진(書畫無盡)'은 '서와 그림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한국화가 특정한 형식이나 재료에 고정되지 않고,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전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화의 전통과 동시대적 변화를 함께 조망한다. 수묵과 채색이라는 전통적 재료를 기반으로 한 작업부터, 영상과 설치 등으로 확장된 현대적 시도까지 다양한 작품이 한 공간에 배치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화는 재료로 정의되는가, 아니면 표현 방식으로 규정되는가. 혹은 작가의 태도와 인식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전시는 이러한 물음을 작품 간의 대비와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익숙한 수묵의 이미지와 낯선 매체의 작업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관람객은 기존의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해석되는 과정이며, 한국화 역시 현재진행형의 개념이라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강연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지금, 한국화를 말하다'는 '형식·흐름·삶'이라는 세 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한국화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첫 강연에서는 정종미 작가가 전통 채색화의 재료와 기법을 중심으로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소개한다. 전통 안료와 제작 방식이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실제 작업 사례를 통해 설명할 예정이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한국미술의 흐름 속에서 한국화의 정체성과 미학적 기반을 짚는다. 시대 변화에 따른 한국화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동시대 미술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내용이다.

세 번째 강연에서는 김선두 작가가 수묵화를 통해 인간과 일상을 담아내며, 전통적 표현 방식이 현대적 감각과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화가 여전히 현재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전시와 강연이 결합된 이번 기획은 감각과 해석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작품을 경험하고, 강연을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해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감상에서 나아가 사유로 이어지는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대구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화의 변화와 확장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며 "전시와 강연을 함께 경험할 때 한국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개관 15주년이라는 시점에서 '서화무진'은 과거를 기념하는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한국화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묻는 자리로 기능한다.

전통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이다.

붓끝에서 시작된 한 줄의 선은 이제 종이를 넘어 공간과 매체, 그리고 감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한국화라는 이름 역시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며, 강연은 일반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선착순 접수로 운영된다. 참여 신청은 네이버 폼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