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결’로 풀어낸 낭만…대구콘서트하우스 실내악 무대
해설 결합 공연으로 클래식 문턱 낮춰 관객 이해도 높인다

음악은 때로 선율이 아니라 '결'로 기억된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 흐름과 구조, 감정의 미세한 결이 쌓이며 한 작곡가의 세계를 완성한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이러한 '결'의 감각으로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을 다시 읽어내는 무대를 마련했다.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오는 4월 23일 오후 7시 30분 챔버홀에서 '컴포저 하이라이트 : 멘델스존, 결'을 개최한다. 이 공연은 특정 작곡가를 집중 조명하는 '컴포저 하이라이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작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이번 공연의 핵심은 '결'이라는 주제다. 멘델스존 음악이 지닌 투명성과 균형, 그리고 그 이면에 흐르는 감정의 미세한 결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 세계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초기 작품이 지닌 생동감과 고전적 질서, 그리고 말년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내면의 울림이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진다.
무대는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 행진곡'으로 시작된다. 익숙한 선율이지만, 이 곡은 멘델스존 음악의 구조적 명료함과 경쾌한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어지는 현악4중주 1번 E♭장조 1악장은 젊은 작곡가의 균형감각과 고전주의적 형식을 보여주며, 음악이 지닌 질서와 생동감이 교차하는 지점을 짚어낸다.
분위기는 '무언가' 중 '베네치아의 뱃노래'에서 한층 부드러워진다. 말없이 노래하는 선율 속에서 멘델스존 특유의 서정성이 드러나고, 물결처럼 흐르는 리듬은 청중을 감정의 깊은 층위로 이끈다. 이어지는 현악4중주 6번 f단조 3악장은 한층 어두운 색조로 전환되며, 작곡가의 내면에 잠재된 긴장과 고독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공연의 후반부는 피아노 3중주 1번 d단조 1악장이 맡는다. 이 곡은 격정과 서정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멘델스존 음악의 역동성과 서사적 긴장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기에 그의 누이이자 작곡가인 파니 멘델스존의 '피아노를 위한 4개의 가곡'이 더해지며, 한 가문에 흐르는 음악적 감수성과 시대적 맥락까지 함께 조명된다.
이번 공연은 실내악 중심의 편성으로 구성됐다.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아닌 소수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밀도 높은 음향은 멘델스존 음악의 섬세한 결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각각의 악기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가지면서도 서로를 비추며, 투명하고 정제된 음향을 형성한다.
해설은 클래식 저술가 정은주가 맡는다. 그는 음악 전문지 에디터와 공연 해설가로 활동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의 배경과 구조를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해설이 결합된 형식은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접근성을 높이는 장치로 작용한다.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이해하는 청취'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주에는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젊은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바이올린 김하영과 이윤지, 비올라 경희설, 첼로 이예준, 피아노 류연주가 무대에 올라 각자의 연주 경험을 바탕으로 긴밀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이들은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수학하고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아온 연주자들로, 개별 역량과 호흡의 균형이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좌우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에 앞서 4월 18일에는 대구도서관과 연계한 사전 강연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멘델스존이 영향을 받은 문학 작품과 예술적 배경을 소개하고, 일부 프로그램을 미리 들려주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공연과 강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함으로써,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사유의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측은 이번 공연이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창근 관장은 "멘델스존 음악의 구조적 아름다움과 서정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며 "해설과 함께하는 구성을 통해 관객들이 보다 친근하게 클래식 음악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낭만주의 음악은 종종 감정의 과잉으로 이해되지만, 멘델스존의 음악은 오히려 절제와 균형 속에서 감정을 드러낸다. 그가 남긴 음악의 결은 화려한 표현보다 섬세한 흐름 속에서 빛난다. 이번 공연은 그 결을 따라가며,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낭만의 깊이를 다시 마주하게 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전석 1만원이며, 대구콘서트하우스 누리집과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