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칼로 긁고 깎아낸 화면 위에 불안과 회복의 시간이 겹겹이 남아 있다. 서양화가 이미애는 붓 대신 조각칼을 들고 삶의 흔적을 캔버스에 새긴다. 화사한 원색 화면이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그 아래에는 여러 번 덧칠하고 다시 긁어낸 흔적이 층층이 쌓여 있다.
이미애 작가의 개인전 ‘봄 오는 소리’가 경기도 안양 두나무 아트큐브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갤러리 1·2층 전관에서 진행된다. 전시장에는 만개한 꽃들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이 꽃들은 작가가 말하는 ‘꿈꾸는 겁쟁이’다.
이미애 작가의 ‘기다림은 언제나 설렘-꿈꾸는 겁쟁이’(2025) <두나무 아트센터>
작가에게 겁쟁이는 삶이 버겁고 두려운 순간에 잠시 멈춰 선 존재다. 작가는 “꿈꾸는 겁쟁이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완주하고 싶은 존재”라며 “시련 앞에서 머뭇거리지만, 방황과 인고의 시간을 지나 다시 꽃을 피운다”고 말한다. 작품 속 꽃은 시련을 견딘 뒤 다시 피어나는 생의 은유다.
작업은 아크릴 물감에 백토를 섞어 화면에 올린 뒤, 조각칼로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조삭 기법으로 완성된다. 물감을 쌓고 긁는 행위가 이어지며 화면에는 미묘한 색의 층과 질감이 형성된다. 꽃과 나무 등 구상적 형상은 점차 단순화되거나 패턴으로 바뀐다.
작가는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루트 회원으로 조형아트페어, 인천아시아아트쇼 등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가해왔다. 전시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