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상주의'는 어떻게 세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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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2주 휴전'에 전격적으로 합의하기까지 전 세계는 살얼음판 같은 한 달여를 보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으로 시작된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한순간에 전 세계를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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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전 시위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155126533zuyj.jpg)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2주 휴전'에 전격적으로 합의하기까지 전 세계는 살얼음판 같은 한 달여를 보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으로 시작된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한순간에 전 세계를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줬다.
신간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원제 'The Myth of American Idealism')는 이상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정책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 대외정책에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와 '밀레니얼 좌파 학자' 네이선 J. 로빈슨이 협업해 2024년 현지서 출간한 책으로, 로빈슨이 촘스키와 소통하며 그의 핵심 주장들을 최신 상황에 맞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집필했다.
이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타격을 놓고 여러 배경이 거론되지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만 볼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나만이 고칠 수 있다"(I alone can fix it)는 말의 '나'를 '미국'으로 바꾸면, 좌우를 떠나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공유하는 생각일 것이다.
저자들은 미국은 건국 이래 스스로를 '민주주의 수호자'로, 미국 대통령은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 규정하고, 미국의 신성한 원칙을 고상한 언어로 설명해왔다고 말한다.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면 선(善), 이를 훼손하면 악(惡)으로 여겼는데, 그 '국익'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부유한 국내 소수 엘리트 계층의 이익"이라고 저자들은 꼬집는다.

이 책에는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상주의' 신화가 실제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어떻게 반영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남미의 군사 쿠데타, 베트남 전쟁, 이스라엘·팔레티스타인 대립, 미국의 대중·대러 정책 등의 사례로 보여준다. 제주 4·3도 "미국의 지휘 아래 한국군과 경찰에 의해 자행됐다"며 사례 중 하나로 제시됐다.
이란과의 관계와 관련해선 이란이 인권유린을 저지르는 근본주의 정권이고 극악무도한 잔혹 행위를 자행하는 단체를 후원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더 극단적인 근본주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미국의 자기 미화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분석하는 한편, 핵 위협과 기후위기 등 미국의 이상주의가 불러올 재앙을 막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될 즈음 고령의 촘스키는 뇌졸중으로 투병 상태였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교류 논란으로 세계적인 진보 석학이라는 이미지에 얼룩이 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이란 전쟁 등 미국이 주도적으로 써 내려가는 세계사의 페이지가 숨 가쁘게 추가되는 지금 상황에서 반세기 넘게 미국의 제국주의를 꼬집어온 노학자의 주장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메디치미디어. 심운 옮김. 552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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