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 물길 따라 걷는 270㎞…퇴계 귀향길, 인문 관광으로 뜬다

오종명 기자 2026. 4. 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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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여정 반환점…하루 20㎞ 걷기 속 역사 체험
연극·강연 결합 체험형 콘텐츠…경북 북부 관광축 기대
▲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한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가 반환점을 넘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청풍호 잔잔한 물결 위를 가르며 이동하는 배 위에서 참가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산자락으로 향했다. 전통 한복 차림의 행렬은 물길과 산길을 오가며 450여 년 전 선비의 귀향길을 오늘의 시간 속에 다시 이어가고 있었다.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한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가 반환점을 넘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대학자 이황 선생이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마지막 여정을 재현하는 인문 걷기 프로그램으로, 지난 3월 30일부터 14일간의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재현단은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경기와 강원, 충북 일대를 거쳐 경북 도산서원까지 약 270㎞를 도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양주, 양평, 원주, 충주, 제천, 단양, 영주를 잇는 장정으로, 성인과 청소년 등 200여 명이 참여해 하루 평균 20㎞ 안팎을 걷고 있다.

행사 10일 차인 8일, 재현단은 충북 제천의 한벽루를 출발해 선편 이동으로 청풍호 절경을 감상하며 장회나루까지 약 13㎞를 이동했다. 이후 다시 도보로 전환해 투구봉 휴게소와 우화교를 지나 단양향교까지 약 12.5㎞ 구간을 걸으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현장에 참여한 한 청소년 참가자는 "처음에는 단순한 걷기 행사라고 생각했지만, 강연과 공연을 들으며 걷다 보니 퇴계 선생이 왜 '물러남'을 선택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성인 참가자는 "스마트폰과 일상에 쫓기던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며 "걷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공부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한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가 반환점을 넘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재현단은 구간별 이동뿐 아니라 연극 공연과 인문학 콘서트, 차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역사적 의미를 체험하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퇴계 선생의 삶을 소재로 한 소규모 연극과 강연이 열려 참가자와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행사는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경북문화재단이 주관하며,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인문 관광 콘텐츠'로 육성하려는 전략 속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걷기길과 역사 인문 자원을 결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퇴계 귀향길은 경북 북부권을 연결하는 대표 인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자체는 이 행사를 대한민국 대표 인문 걷기길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경복궁에서 도산서원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노선은 수도권과 중부, 경북 북부를 잇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향후 관광 자원화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상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접근성 개선과 숙박·안내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역 관광 관계자는 "행사의 상징성은 충분하지만 일반 시민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현행사는 오는 4월 12일 오전 8시 30분 도산서원에서 폐막식을 열고 14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450년 전 한 선비가 선택한 '물러남'의 길은 오늘날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나아감'의 의미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