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휴전 발표후 미사일 쐈다..중동 전역서 경보·방공망 가동
사우디·쿠웨이트·바레인 등서도 경보·방공망 가동
협상 시작부터 삐걱…양측 서로 승리 주장만
"트럼프, 핵합의·정권교체 목표 하나도 달성 못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발표 직후 걸프 지역 전역에서 이란발(發) 미사일이 날아들며 휴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핵 프로그램 폐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미군 철수 등 양측의 핵심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2주라는 짧은 시한 안에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양측은 핵 프로그램 문제 하나만으로도 수년 동안 협상을 이어왔다.

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이란이 2주 간의 휴전 합의를 공식 확인한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과 드론이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발 탄도미사일 공격을 식별했다고 밝혔고, 중부와 북부 지역에 조기 경보가 발령됐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도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드론을 요격 중이라며 국민들에게 안전한 장소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 등 중동 전역에서 경보가 발령되거나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CNBC는 전했다. 이란이 무엇을 타깃으로 삼았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이란의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2주 휴전을 발표한지 몇 시간 만에 감행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추가 공격이 남아 있는 만큼 유가 변동성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UAE의 안와르 가르가시 대통령 고문은 “이란과 적대하고 싶지 않지만, 이 정권을 신뢰할 수 없다”며 “걸프 지역 안보의 장기적인 해법 없이는 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전쟁이 6주 동안 지속되면서 걸프 국가들의 방공망 유지를 위한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유대인국가안보연구소(JINSA)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UAE와 쿠웨이트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의 약 75%를, 바레인은 최대 87%를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걸프 국가들은 이란이 쏜 탄도미사일 요격에는 비교적 성공적이었으나, 저렴하게 대량 생산돼 떼로 날아오는 드론에는 대응에 한계를 보였다. 2주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혹은 휴전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들 국가 역시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피해도 막대하다. 최근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생산량이 이란의 공격으로 17% 감소했다. 복구에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쿠웨이트에서는 발전소와 해수담수화시설이 이란 드론에 피격됐고, 사우디도 에너지 시설 피해를 입었다.
걸프 국가들의 피해액은 지난달 말 기준 1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분쟁 감시기구 ACLED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스라엘은 이란에 3000회 이상의 공습을 감행했고, 이란은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에 총 1511회 공격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트럼프의 딜레마…“승리 선언했지만 핵심 난제는 그대로”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휴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출구를 제공했을 뿐, 핵심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직후 AFP통신 인터뷰에서 “완전하고 완벽한 승리”라고 자평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나 정권 교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번 전쟁이 이란에 더 큰 지렛대를 안겨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전쟁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을 확보했고,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레이턴 사이글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새로 확보한 해협 통제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압박도 거세졌다. 전쟁 발발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0% 가까이 급등했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휴전 발표 직후 1시간 만에 유가가 11% 급락한 것은 시장에 얼마나 큰 불안이 쌓여 있었는지를 방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석유 시장 역사상 가장 심각한 공급 충격으로 규정했다.
전쟁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19일 기준 전쟁 비용을 180억달러로 추산하며 의회에 2000억달러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이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불거졌다. 론 존슨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소멸’ 발언에 “민간 시설을 공격하면 그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이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합의 내용에 우려를 표했다.
카토연구소의 존 호프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 파괴와 정권 교체라는 최대치 목표를 내걸었지만, 어느 것도 달성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서 그랬듯 금융시장 급락 앞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패턴을 반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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