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 사태' 키웠다"…코스닥 상위주에 입 닫은 증권가 [돈앤톡]

한경우 2026. 4. 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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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 애널리스트 분석 실종 '기현상'
상위 10곳 중 7곳 컨센서스 미형성
기업·투자자 거친 대응에 입단속 나선 전문가들
사진=뉴스1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형성된 종목이 3개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분석 종목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국내 증시 분위기 속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이 커진 일부 종목에 대한 분석을 애널리스트들이 회피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에 올랐다가 주가가 급락한 삼천당제약에 대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제약·바이오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가 보다 면밀하게 분석했다면 이번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곳 중 7곳 '분석 실종'…증권가 분석 꺼린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최근 3개월 내 제시된 1분기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이어서 컨센서스가 형성된 코스닥 시총(7일 종가 기준) 상위 10위 이내 종목은 에코프로비엠(이하 시총 1위), 에이비엘바이오(6위), 리노공업(7위) 등 세 개 뿐이다.

에코프로비엠은 17개 증권사가 추정치를 제시한 반면, 알테오젠(3위)과 코오롱티슈진(7위)은 두 곳이, 삼천당제약(4위)과 레인보우로보틱스(5위)는 한 곳이 각각 추정치를 내놓는 데 그쳤다. 에코프로와 HLB는 한 곳도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반면 시총 11~20위의 10개 종목 중에선 리가켐바이오, 원익IPS, ISC, 이오테크닉스, 펄어비스, 로보티즈, HPSP 등 7개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낮은 종목에 대해 애널리스트가 분석을 꺼리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컨센서스가 형성된 코스닥 시총 상위 20위 이내 종목 10개 중 7개의 2025년 연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 미만이다. 에코프로비엠은 364.17배이고,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는 적자로 인해 PER이 산출되지 않았다.

추정치가 하나도 없는 에코프로와 HLB, 1개 뿐인 펩트론와 보로노이의 PER도 산출되지 않았다. 또 추정치가 1개뿐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삼천당제약의 PER은 각각 6421.11배와 1036.5배에 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종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기업에 대한 분석을 시작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연기금을 비롯한 ‘큰 손 투자자’의 수요, 실적을 추정할 근거가 뚜렷한지 여부”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해 코스닥 종목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적은 데다, 코스닥 시가총액 최상위에 포진한 바이오 종목은 의견이 빗나갔을 때의 위험도 크다는 설명이다.

삼천당제약 “법적 대응”…입단속 나선 애널리스트

사진=뉴스1

부정적인 분석에 대한 기업과 일부 투자자의 공격적인 대응이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독립적 기업분석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10여년 전부터 제기돼왔지만, 금융당국과 업계는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주가가 폭락한 ‘삼천당제약 사태’가 있다. 삼천당제약이 회사의 주장과 다른 의견을 낸 특정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한 법적 조치를 운운한 뒤, 다른 제약·바이오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스스로 입단속을 하는 모양새다.

삼천당제약은 자사 주장과 달리 경구용(먹는 알약)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복제약)의 미국 시판허가를 받기 위해 절차가 까다로운 임상시험이 필요할 수 있다는 등의 의견을 낸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즉각 착수한다고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 측 주장에 대한 반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전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반박했지만, 오히려 논란이 커졌다. 삼천당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사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제네릭으로 기재한 서류를 접수했기에 서류 내용이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반론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삼천당제약이 내세우는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 'S-PASS'의 특허 관련 의혹도 계속 제기된다.

문제는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가인 애널리스트들이 이와 관련해 입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제약·바이오 섹터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외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자신이 운영하던 텔레그램 채널도 폐쇄했다. 그는 삼천당제약이 정재원 연구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뒤 주변에 관련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PB는 “여러 애널리스트가 삼천당제약에 대해 분석해왔다면,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처럼 단기적으로 폭등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천당제약이 고점을 찍은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7조7736억원으로, 당시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도 시가총액 상위 30위 안에 드는 수준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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