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에서 다시 ‘경영자’로 변신하는 장한나 [플랫]
※이 기사는 2026년 4월 8일자 경향신문 [여적]‘사장님’이 된 마에스트라 장한나를 재가공하였습니다.

1995년 4월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자그마한 소녀가 무대에 등장했다. 환호가 터졌다. 첼리스트 장한나였다. 열한 살 나이로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첼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신동’. 그에겐 변변한 악기가 없었다. 재학 중인 줄리아드음악원 예비학교에서 빌려 쓰던 첼로는 자주 줄이 끊어졌다.
소식을 전해 들은 최원석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회장(동아그룹 회장)이 5억원을 쾌척했다. 장한나 후원회가 결성돼 2억원을 모금했다. 이들은 7억원으로 1757년 제작된 ‘과다니니’ 풀사이즈 첼로를 구입했다. 이날 열린 ‘기업메세나협 창립 1주년 기념음악회’는 장한나에게 첼로를 공식 기증하는 자리였다. 새 첼로를 품에 안은 장한나는 코리안심포니와 막스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협연했다.
소녀는 이후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07년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로 변신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2015년 영국 BBC뮤직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여성 지휘자 19인’에 꼽혔다.

첼로 연주자이자 지휘자 장한나, 예술의전당 첫 여성 사장 됐다
장한나가 이번에는 ‘사장님’이 된다. 지난 6일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내정된 그는 곧 귀국해 3년 임기를 시작한다. 44세로 예술의전당 역사상 최연소 사장이다. 여성으로는 두 번째, 여성 음악인으로는 최초다. 페이스북에 올린 소감에서 그는 “일곱 개의 공연장과 세 개의 미술관·박물관을 품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기관을 이끌게 됐다”며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이라고 했다.
가볍지 않은 책임, 맞다. 예술의전당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만성적 적자를 면치 못하는 터다. 공연·전시 기획에서도 ‘국가대표’다운 예술성과 고전성을 지키되, 대중성과 동시대성을 접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젊은’ ‘여성’ ‘예술가 출신’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안팎의 주목 대상이 될 것이다.
31년 전 그날, 나는 예술의전당에 있었다. 첼로를 선물받을 때 상기된 표정, 연주할 때의 당찬 눈빛과 앙다문 입술 모두 기억한다.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다시 예술경영자로 변신하는 ‘그날의 소녀’에게 말하고 싶다. ‘파격 인사, 맞습니다. 그러니 파격적으로 하세요.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당신답게 하세요.’
▼ 김민아 논설위원 makim@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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