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운명의 2주, ‘비밀 외교 성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서 담판

파키스탄이 7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국제사회에서 중재국으로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키스탄은 오는 1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간 대면 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등 이번 전쟁에서 이집트, 튀르키예 등과 함께 중재 역할을 도맡았다.
최근 미·이란 간 대화 채널 역할을 했던 국가는 오만, 카타르 등 걸프국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선 오만·카타르가 이란의 대미 보복 공격 표적이 되면서 직접 중재에 나서기가 여의치 않았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오랜 유대 관계를 맺어왔고, 이란과는 이슬람 형제국이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주요 비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지만 영토 내에 미군 기지는 없다. 또 시아파 무슬림 인구가 세계에서 이란 다음으로 많아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과 소통하기에 유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애덤 와인스타인 연구원은 “파키스탄은 미·이란 모두와 실질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긴장 관계를 경험한 이력이 있다”며 “신뢰할 만한 중재국이 될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은 중동과 남아시아 경계에 있어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은 ‘완충 지대’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란, 인도, 아프가니스탄,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영향권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특성상 미·중·러와 이슬람권, 남아시아를 잇는 외교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파키스탄이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도 중재국으로서 이점이다. 이란 고위 인사들이 신변 안전 문제로 장거리 이동을 꺼리는 상황에서 지리적 근접성은 대면 회담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테헤란과 이슬라마바드의 거리는 약 1990㎞로, 비행기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
협상 개최지인 이슬라마바드는 파키스탄 북동부 고원에 조성된 계획도시로,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대법원 등 주요 국가기관이 밀집해 있어 보안 통제가 엄격하다. 미국과 이란 대사관이 있는 동부 외교단지는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파키스탄은 과거에도 미·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비밀 외교의 중간 지점 역할을 했다. 1971년 아시아 순방 중 이슬라마바드 외곽 별장에 머물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순방 취재진에 “배탈이 났다”고 속이고 비밀리에 중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을 만나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방중으로 이어지는 협상을 주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미·이란 회담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성사되면 파키스탄이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을 중재했던 때처럼 다시 한번 국제 외교 무대에서 위상을 높일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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