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공격하면 전범… 이란 ‘인간사슬’이 트럼프 고집 꺾었나
이란, 인간사슬과 민간인 방패 전략으로 맞서
미 민주당, 수정헌법 25조 발동 및 탄핵 시사
공화당 일부에서도 민간 폭격 지지 철회 예고
2019년에도 민간인 살상 우려 폭격 중단 전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던 2026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인프라 폭격’ 최종 시한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이란 시민들이 주요 시설을 몸으로 막아선 ‘인간사슬’ 작전과 미국 민주당의 탄핵 압박과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 철회가 맞물리며 트럼프 대통령은 파국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이 7일 밤까지 휴전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주요 교량을 폭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 시설 타격을 넘어 이란의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초강수였다. 실제로 시한을 앞두고 이스라엘군과 미군은 이란 곳곳의 철도와 고속도로 교량을 공습하기 시작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테헤란과 마슈하드를 잇는 핵심 교통망이 끊기고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전면전의 전조가 뚜렷했다.
이란은 무력 대응 대신 민간인을 앞세운 여론전으로 맞섰다. 이란 당국은 타브리즈와 가즈빈 등지의 대형 화력발전소와 주요 다리에 수천명의 시민을 배치했다. 이들은 국기와 현수막을 들고 ‘인간사슬’을 형성해 타격 목표물을 에워쌌다. ‘전력 시설 공격은 전쟁 범죄’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타전하며, 미국이 공격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불가피함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란의 전략은 미국의 정밀 타격 명분을 약화시키고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문명 멸절’ 발언과 민간 인프라 공격 예고는 미국 내부에서 정치적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발언을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능을 근거로 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통한 해임을 강력히 주장했다.
특히 일부 우파 진영조차 민주당의 공세에 동조하며 트럼프를 압박했다. 이른바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던 공화당 핵심 의원들 사이에서도 “민간 시설 공격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경고가 쏟아졌다. 아군 내부의 이탈 조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의 저항보다 더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했던 시한 직전, 폭격 계획을 잠정 중단하고 2주간의 임시 휴전을 수용했다. 트럼프가 발걸음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정치적 고립과 실리적 타협 사이의 저울질 끝에 나온 선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 해군의 고고도 무인 정찰기인 ‘RQ-4 글로벌 호크’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하자 즉각 보복을 결정하고 이란 3곳의 군사 시설(레이더 및 미사일 포대)에 대한 정밀 타격을 승인했다.
공격 시한은 6월 21일 새벽 동트기 직전으로 설정됐고 미군 군함들이 위치를 잡고 전투기들이 공중에 떠서 발사 명령만을 기다리던, ‘장전된’(cocked and loaded) 상태였다.
보복 공격 실행 10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작전 취소를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에 “공격 직전 장군에게 인명 피해 규모를 물었더니 ‘150명’이라는 답변이 왔다. 사람이 타지 않은 드론 한 대가 격추된 것에 대한 보복치고는 비례적(proportionate)이지 않다고 판단해 중단시켰다”며 공격 취소 이유를 밝혔다.
당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는 강력한 타격을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막판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만약 폭격이 실행됐다면 2019년 당시 150명의 피해와는 규모 자체가 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할 정치적 위기의 크기도 달랐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이란이 휴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적 개방을 제시하자,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압박이 거둔 승리’로 포장하며 회군할 명분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인간사슬 작전과 미 정치권의 해임 압박이라는 안팎의 포위망에 직면해 전략적 후퇴를 선택했다. 이란은 민간인을 방패로 삼아 국가 기반 시설 파괴를 면했지만, 트럼프 역시 ‘전쟁 범죄자’라는 낙인을 피하고 해협 개방이라는 실리를 챙겼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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