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백정 캐릭터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가끔씩 욱하기도”(사냥개들2)[EN:인터뷰①]


[뉴스엔 박수인 기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정지훈(비)이 한국 작품 중 첫 악역을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정지훈은 4월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2'(극본, 연출 김주환) 인터뷰에서 백정의 악함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언급했다.
'사냥개들2'는 극악무도한 불법 사채꾼 일당을 때려잡은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이, 돈과 폭력이 지배하는 글로벌 불법 복싱 리그를 상대로 또 한 번 통쾌한 스트레이트 훅을 날리는 이야기.
세상에 없던 빌런 복서를 소화해야 했던 정지훈은 "배우로서 언젠가 한 번 나쁜놈, 미친놈, 개자식 이런 걸 해보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들어왔던 역할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걸 버리고 하기엔 명분이 없었다. 가족들이 볼 수 있을까 했을 때 명분이 없더라. 근데 이건 너무나 명분이 확실했다. 대본을 받지도 않고도 마음속으로 내가 하고 싶다 생각했다. 김주환 감독님을 '청년경찰' 때부터 좋아했고 '사냥개들'도 너무 좋았다. 시즌2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느낌이 있었다. '정지훈이 왜 했을까? 이래서 했을까'가 명분이었다. 사실 저는 복싱을 잘 못한다. 복싱으로 싸워본 적도 없는데 아예 다르더라. 처음부터 기초를 시작했고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의 끝까지 가보자 했다. (우)도환이랑도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보통의 액션은 맞고 때리고 인데 복싱은 같이 때리면서 같이 맞는다. 조금만 벗어나도 코뼈가 주저앉을 수 있으니까. 저희끼리는 단련이 돼 있으니까 터치를 다 했다. 그런 게 명분이었다"고 말했다.
시즌1 성적, 빌런이었던 배우 박성웅 등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어떻게 하면 백정의 날카로움과 광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밖에 없었다. 끝나고 나니까 어떻게 생각을 안 했지 싶더라. 그랬으면 더 괴로웠을 것 같다. 이제는 오픈해서 좀 시원하다"며 "백정의 악함이 결국은 인위적이지 않아야 한다, 작위적이지 않아야 한다 해서 설정을 많이 만들었다. 봤을 때 되게 만족스러울 때가 있었고 이렇게 해보면 어땠을까 하는 만족감도 있었다. 액션신도 그랬다. 보면서 되게 통쾌한 장면도 많이 있었다. 즐겁게 봤다"고 답했다.
백정의 악행이 즐겨지지는 않았다고. 정지훈은 "즐겨지지가 않더라. 매회 매순간 건우, 우진을 어떻게 하면 더 절망적이게 나락으로 보낼 수 있을까 얘네 둘을 극한으로 가게 할 수 있을까 했다. 그러면 보시는 분들도 이해하겠다 싶었다. 처음 악역을 하는 거고 다정하고 좋고 순수한 역할을 꽤 많이 했지 않나. 이걸 반전시키려면 완전히 씻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하면 괴롭힐까가 매번 숙제였다. 매번 '건우 엄마 데려와'를 어떻게 다른 톤으로 바꿀까 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중간에 엄마를 '애미'로 바꾸기도 하고. 그 둘을 얼마나 괴롭힐 수있을까 해서 괴로웠다. 저는 진짜 착하다. 도와 덕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하는 사람인데 그 연기를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사람 죽이는 사람들 서치를 많이 해봤는데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 그것도 많이 공부했다.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해외 살인마들도 많이 찾아봤다. 매번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악행의 정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는 정지훈은 "기승전결이라는 게 있지 않나. 처음부터 화가 나 있고 악해보이면 너무 인위적이나 작위적일 수 있지 않나요 했는데 등장부터 화가 나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백정은 무조건 하고 싶은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고 갖고 싶으면 가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등장부터 화가 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시청자들이 '왜 저렇게 화가 나있어?' 해야 백정에 대해 궁금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기승전결은 없고 그냥 미치광이이고 완전한 나르시즘에 빠진 폭주기관차라고 생각했다. 대사가 많은 분량도 있었는데 다 뺐다. 백정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 물어보시더라. 어렸을 때로 돌아가보자 해서 욕설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평생 할 욕설을 다 했다. 감독님이 나한테 왜 그러시지 했는데 보고나니까 이해되더라"고 했다.
이어 "백정은 서사가 없다. 그냥 미친놈이다. 감독님한테도 제가 왜 이런지 서사를 깔아주시면 안 되나 했는데 그냥 그런 애라고 하더라. 오히려 그게 힘들더라. 복선이 깔리면 포장할 수 있는데 백정은 전형적인 나르시스트이고 복서로 제일 훌륭해야 하고 건우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우월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그러다 마지막에 돈보다 건우를 택한다. 처음에는 되게 쉽지 않았지만 하다 보니 이해가 됐다는 느낌이 있었다. 백정과 인정 받고 싶어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백정은 복서로서의 월등한 우월감을 항상 느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백정에 대한 측은지심도 느껴지면서 이해가 됐다"고 덧붙였다.
7회 우진과 격투신에서 우진이 '쫄, 쫄' 하며 긁는 장면을 언급하면서는 "그때 진짜 열받았다. 원래 그게 아닌데 만들어왔더라. 나 모르게 감독님 주문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웃겨서 살짝 터질 뻔 했는데 점점 안에서 부글부글 하더라. 우진이와 싸우다가 욕하는 것도 애드리브였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다고. 정지훈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털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가끔씩 욱하고 올라온다. (집에서는) 말투보다 눈빛으로 인한 오해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이번 캐릭터가 저한테는 연구를 많이 했던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씻어내는 데도 쉽지 않았다. 캐릭터 자체가 폭주기관차 같은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친구였다. 백정의 서사가 없으니까 설정을 하다 보니 여운이 조금 남아있기는 하다"며 "빠져나오기 정말 힘들었다. 무차별적인 건 아니지만 뭔가 걸리면 때려도 될 것 같은 거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싶더라. 그때부터 죄송합니다가 붙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되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지훈은 "멘트가 너무 과해서 가족들은 보면 안 된다. 다행히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그래서 집에서 이어폰 끼고 봤다. 아내(김태희)는 잘 봤다고 했다. 서로 작품 얘기는 잘 안 한다. 존중해주는 편이라 잘 봤다고 하더라. 제가 엄청 고생한 걸 아니까. 비주얼은 엄청 멋있다고 하더라. 당연히 저희 집 식구니까. 다른 배우들이 전화가 온 게 처음이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기존 선배님들이 전화와서 '미쳤구나' 하더라"며 주변의 칭찬들을 전했다.
극 중 만족했던 장면으로는 "1부즈음 제가 등장해서 웃으면서 죽이지 않나. 거의 처음 웃는 신이다.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치고 있는 거다. 원래 그런 지문은 없었다. 저에게 있어서 그런 게 새로웠다. 다음날 인범(태원석)이를 빼올까 말까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섭더라. 그 두 장면은 저한테도 새로웠던 것 같다"며 "혹시 저의 그런 모습을 낯설어 하는 분들이 있더라도 한 번 봐주시면 달라지지 않을까. 봤는데도 별로라고 느끼신다면 제가 받아들어야 할 거다. 제가 더 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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