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사냥개들2' 완벽한 몸? 이젠 나태한 역할 맡고 싶다" [인터뷰+]

'사냥개들2'의 정지훈이 "나태한 역할을 할 기회를 얻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정지훈은 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 시즌2(이하 '사냥개들2') 인터뷰에서 "몸도 이제 그만 벗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이번 작품을 끝으로 이제 그만 벗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백정' 역할을 위해 고생했던 과정을 회상했다.
정지훈은 "역할에 맞게 몸을 트레이닝하는 것을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무대 위에서의 몸과 작품 속 몸이 다르길 바랐다"라며 "감독님께서는 거대한 체구이되 뚱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살인병기처럼 만들었는데 정말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제 다시는 그렇게 못 한다"라며 "촬영 중에는 이 상이 배우를 데리고 같이 운동하러 갔다. 혼자 하면 더 힘드니까 같이 간 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대본을 보고 바로 운동을 했다. 정말 쉽지 않았지만 결과물은 잘 나온 것 같다. 한 6~7kg 정도 증량하면서 근육을 키웠다"라고 덧붙였다.
'사냥개들2'는 불법 사채꾼들에게 맞선 두 청춘 복서의 뜨거운 맨손 액션을 그려내 2023년 큰 사랑을 받았던 '사냥개들'의 두 번째 시즌이다. 불법 사채 판을 넘어 글로벌 불법 복싱 리그로 확장된 세계관과 진화한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우도환과 이상이가 다시 의기투합했고, 정지훈은 최강 빌런으로 합류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정지훈이 연기한 '백정'은 한때 복싱 유망주였으나 심판의 편파 판정에 분노해 폭행을 저지른 후 영구 제명당하면서 잔혹한 불법 복싱 리그 설계자가 된 인물이다. 전 세계 회원만 400만명이 넘는 글로벌 불법 복싱 리그 'IKFC'를 운영하던 중, 복싱계의 새로운 스타가 된 건우가 나타나자 그들을 옥죄기 시작한다.
정지훈은 '백정'을 연기하기 위해 6개월 동안 복싱 기본기부터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훈은 "복싱을 전혀 할 줄 몰랐기에 차근차근 기초부터 닦았다"라고 전하며, 허리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진통제를 먹으며 연기했다"라고 고백했다.
'사냥개들2'는 지난 3일 공개된 후 넷플릭스 '투둠'('Tudum') TOP 10 웹사이트 기준 공개 3일 만에 5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공개 직후부터 오늘까지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67개국 TOP 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기에 힘입어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지훈은 "아직 정해진 정보는 없다"라면서도 "만약 시즌3를 하게 된다면 이제 복서로는 은퇴하고 칼이나 총을 쓰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농담 섞인 바람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은 정지훈과의 일문일답.

▲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 촬영을 마무리한 지는 꽤 됐지만 열심히 준비한 만큼 캐릭터를 털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백정'의 성격이 가끔 툭 튀어나올 때가 있어 아내에게 "눈빛이 왜 그러냐"라며 혼나기도 했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늘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엔 특히 더 그랬다. 소시오패스를 넘어선 폭주기관차나 분노조절장애자 같은 인물이라 생각했다. '백정'은 서사가 부족한 인물이라 캐스팅된 후 스스로 설정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길었다.
▲ 고민 끝에 완성된 작품을 보니 어떤가.
= 감독님께서 '백정'이라는 인물이 인위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제가 여러 설정을 제안했지만 감독님이 "백정은 그런 유전자가 아니다"라며 단칼에 정리해주시기도 하면서 균형을 맞춰주셨다. 완성된 액션 신들을 보며 통쾌한 지점도 많았고 즐겁게 시청했다.
▲ 첫 악역인데 카타르시스를 느낀 부분은 없었나.
= 전혀 즐길 수 없었다. 매 장면 건우와 우진을 어떻게 나락으로 보낼지만 생각해야 했으니까. 실제로 사람이 이렇게 극한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괴롭힐 방법만 찾았다. "건우 엄마 데려와"라는 대사를 어떤 톤으로 할지, 욕설은 어떻게 섞을지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과할까 봐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 저는 실제로는 착한 사람이라(웃음) 연기하는 내내 괴로웠다. 평소 도리와 덕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잔혹한 인물들을 공부하며 해외 자료도 많이 찾아봤다. 무기를 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깔끔하고 아프게 타격을 줄지 연구했다.
▲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 감독님께 물으니 그냥 "태생부터 미친놈"이라고 하시더라. 서사가 없고 복선으로 포장할 수도 없어서 혼자 노트를 펴고 인물을 분석했다.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이자 자신이 가장 우월하다고 믿는 인물이 건우를 만나 열등감을 느끼고, 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는 욕망에 집중했다.
▲ 악역 연기 후 후유증이 있었나.
= 배역에 몰입하다 보니 평소에도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하셔서 촬영 중에는 마음껏 발산했지만, 일상에서는 의식적으로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이상이 배우가 극 중 제 기세에 눌려 움찔하는 모습에 실제로 화가 치밀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저 몰래 주문을 넣으신 것 같더라. 리허설 때도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내뱉은 욕설들은 대부분 애드리브였다. 제 성격과 너무 달라 힘들었다.
▲ 이번에도 완벽한 몸을 만들었는데.
= 앞서 말씀드렸듯 몸을 노출하는 연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을 정도다. 무대 위에서의 몸과 캐릭터로서의 몸은 디자인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대하면서도 둔해 보이지 않는 '살인병기' 같은 체구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촬영이 끝나면 이상이 배우를 데리고 운동하러 갔다. 대본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6~7kg 정도 증량하며 근육을 잘 만든 것 같아 만족한다.
▲ 철저한 자기관리가 힘들지는 않나.
= 너무 힘들다.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운동하기 싫어하는 마음과 같다. 대중은 제 관리를 당연하게 여기시지만 조금만 나태해져도 바로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 누가 기회만 준다면 정말 나태하고 배도 나온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저녁도 안 먹고 관리한다.
▲ 저녁 식사를 거른 지는 얼마나 됐나.
= 공식적인 자리가 있을 때는 먹지만 평소에는 오후 5시 이전에 모든 식사를 끝낸다. 그 이후에는 프로틴 음료로 대신한다. 아이들 저녁은 챙겨주되 저는 참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 언제까지 이런 관리를 이어갈 계획인가.
= 고민이 많다. 몸 만드는 게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다가도 공연 무대에 서야 하니 놓을 수가 없다. 공연 때 옷을 찢는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팬들도 계셔서 아직 그만둘 명분이 없다. 좋은 감독님이 관리를 내려놓아도 되는 매력적인 역할을 주신다면 정말 잘해낼 자신 있다.
▲ 외적인 스타일도 강렬했다.
= 감독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자고 제안하셨다. 처음엔 삭발을 고려했으나 흔한 설정인 것 같아 투블럭 컷을 택했는데 저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 본인과 상반된 캐릭터라 주저한 지점은 없었나.
= 배우로서 한 번은 제대로 된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김주환 감독님과 미팅을 하게 됐는데 대본을 받기도 전에 출연을 결심했다. '청년경찰'과 '사냥개들' 시즌1을 너무 좋게 봤기 때문이다. 복싱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 액션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도환 배우와 합을 맞추기 위해 리허설을 수없이 반복했다.
▲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 아이들은 어려서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집에서 혼자 이어폰을 끼고 모니터링했다. 아내는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너무 멋있다"라며 응원해준다. 특히 대선배님들이 연락해 오셔서 "미쳤구나"라고 칭찬해주셨을 때 정말 기뻤다.
▲ 극 중 백정이 건우에게 100억원을 제안하는데, 본인이라면 얼마에 가능하겠나.
= 저는 실제로는 싸움을 전혀 못 한다. 격투기 경험도 없다. 영상 속 모습은 다 연출된 포장이다(웃음).
▲ 디스크와 협착증 증세는 괜찮나.
=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현장 스태프들도 다 고생하는데 제가 아픈 티를 내면 분위기가 처질까 봐 더 활기차게 "한 번 더 하자"라고 외쳤다. 복싱 장면을 하루 10시간씩 촬영하니 허리와 목에 무리가 가더라. 분장할 때부터 캐릭터의 날카로움을 유지하려다 보니 주변에서 저를 무서워하기도 했다. 지금도 물리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다.

▲ 시즌1의 빌런 박성웅 배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 촬영 중에는 백정의 광기를 어떻게 표현할지만 생각하느라 부담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끝나고 나니 그제야 걱정이 되더라. 다행히 글로벌 2위라는 좋은 성적이 나와서 시원하다. 저는 이번 작품에서 두 주인공의 성장을 돕는 '맛있는 조미료' 역할을 하고 싶었다.
▲ 이상이 배우가 오랜 팬이었다고 하던데.
= 상이가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와 준 덕분에 제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선한 성격에 현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 자꾸 저를 롤모델이라고 하니 술 한 잔 마시는 것도 조심스러울 때가 있지만 상이 덕분에 힘이 많이 났다.
▲ 여전한 자기관리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 매사에 절실하다. 내가 한 만큼 대가를 받고 잘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아버님의 가르침을 늘 새긴다. 모든 일에 진정성 있게 임하려 한다. '초심 잃었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시즌3 출연 가능성은 어떤가.
= 정보는 없지만 기회가 온다면 감사히 임하겠다. 다만 그때는 몸을 만드는 복서보다는 도구를 쓰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웃음). 이번 시즌이 잘된 것은 박서준, 덱스 등 카메오 분들의 활약 덕분이기도 하다. 감사드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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