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지만, 함께 못 간다]<상>“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일상에서 밀려나는 반려동물

◆ "카페 앞에서 돌아섰다"…동성로·수성못·성서 현장 곳곳 '출입 제한'
지난 주말 오후, 대구 수성못 인근 한 카페 앞. 반려견을 안고 입구에 선 직장인 김모(34)씨는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유리문에 붙은 '반려동물 출입 금지' 안내문 때문이다. 카페 안에서는 손님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었지만, 김씨에게 그 공간은 더 이상 열려 있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는 아무 문제 없이 이용했던 곳인데 어느 순간부터 막히기 시작했다"며 "같이 나왔는데 혼자 들어갈 수도 없고 결국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제 김씨에게 외출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가능한 공간을 찾는 과정'이 됐다. 그는 "카페를 가기 전에 검색부터 하고, 안 되면 아예 다른 동선을 짠다"며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다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대구 주요 상권 곳곳에서 '노펫존(No Pet Zone)' 안내문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기자가 동성로와 수성못, 성서 등 주요 상권을 직접 확인한 결과 상당수 카페와 음식점이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고, 카페 역시 실내 출입은 막고 외부 테라스만 허용하는 방식이 많았다. 동성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본사 방침상 반려동물 출입이 불가능하다"며 "간혹 문의가 들어오지만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성못 인근 개인 카페 업주는 "초기에는 반려동물 동반 손님을 받았지만 민원이 계속 들어와 결국 금지로 바꿨다"며 "특히 다른 손님들의 불편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아지가 짖거나 돌아다니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한두 번이면 괜찮지만 반복되면 매장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 비반려인의 시선…"불편함도 현실"
반면 비반려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수성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음식점에서 동물과 함께 있는 것은 위생적으로 불편하다"며 "털이나 냄새 문제는 물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아이들이 있는 경우 안전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공공장소에서는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은 적지 않다. 업주들은 "짖음, 배설, 이동 문제로 다른 손님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인식 차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공간 이용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반려동물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 반려동물 등록 수는 2021년 11만8천여 마리에서 2026년 3월 기준 17만1천533마리까지 증가했다. 불과 5년 사이 약 5만여 마리가 늘어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 반려동물이 이미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사회적 기준과 문화는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이호형 계명문화대학교 펫토탈케어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공공장소 이용 기준과 사회적 합의는 아직 부족하다"며 "현재의 갈등은 이러한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지만 비반려인에게는 여전히 동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인식 차이가 공공 공간에서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과도기적 충돌'로 진단한다. 반려동물 문화는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공존을 위한 기준이 정립되기 전 단계"라며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갈등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제도와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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