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경영 데스크] 인구보너스에서 인구오너스로

장선영 기자 2026. 4. 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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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오너스 시대, 기업은 무엇으로 성장할 것인가
그래픽=장선영 기자

[한국독서교육신문 장선영 기자]

인구 구조가 바꾸는 경제의 방향

한 사회의 경제 구조를 가장 근본적으로 바꾸는 요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기술 혁신이나 산업 구조의 변화를 떠올린다. 인공지능이나 플랫폼 산업처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경제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의 흐름을 더 깊고 오래 바꾸는 요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인구 구조다. 사람의 수가 변하면 노동력, 소비, 세금, 교육, 복지 구조까지 동시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라는 개념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오너스(on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짐이나 부담을 뜻한다. 인구 오너스란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생산연령 인구 비율이 높아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와 정반대의 개념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인구 보너스의 혜택을 누려왔다. 특히 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생산연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노동력과 소비가 동시에 확대되었고, 이는 한국 경제 고도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인구 보너스 효과'라고 설명한다. 젊은 노동력이 많고 부양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을 때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성장의 이면에는 바로 이러한 인구 구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이제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을 기점으로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본격적인 인구 오너스 시대에 진입했다. 연구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수는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전년 대비 약 1만2000명에서 최대 6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동시장에 들어올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경제 구조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인구 보너스를 지탱했던 마지막 세대

그동안 이러한 변화가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바로 '199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존재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출생아 수는 연간 약 62만 명에서 64만 명 수준이었는데, 1990년대 초반에는 연간 70만 명에서 73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 세대가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생산연령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는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 이른바 '1990년대 초반생 효과'다.

이 세대는 한국 사회의 마지막 대규모 청년 인구 집단이었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소비 시장도 일정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이제 끝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생들은 이미 대부분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이제 새롭게 들어오는 세대는 인구 규모가 크게 줄어든 세대다. 2000년생은 약 64만 명 수준이었지만 2001년생은 56만 명, 2002년생은 49만7000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 출생아 수는 계속 감소해 2005년생은 약 43만9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 감소의 속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0년 출생아 수는 약 27만2000명으로 이미 20만 명대 출생 시대가 시작됐다. 불과 30년 전과 비교하면 출생아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40년 생산연령 인구는 약 29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져 3000만 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이다. 노동력의 절대 규모가 줄어드는 사회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인구 감소가 흔드는 산업과 기업

문제는 노동력 감소가 단순한 고용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 기반 산업에서는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조, 금형, 프레스, 가공 등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이른바 '뿌리 산업'에서 젊은 인력의 비중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30대 이하 인력 비율은 최근 5년 사이 32%에서 25%로 낮아졌다. 기술은 축적과 전승을 통해 이어지는 성격이 강한데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 기술 전승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세대를 건너뛰지 못하고 단절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력 감소는 소비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세금을 낼 사람도 줄어들고 돈을 쓸 사람도 줄어든다. 결국 경제 전체에서 돈이 도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게임 회사 크래프톤의 출산 장려 정책이다. 이 회사는 직원이 자녀를 출산할 경우 6000만 원을 일시 지급하고 이후 8년 동안 매년 500만 원씩 지원해 최대 1억 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단순한 복지 제도가 아니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사회에서 인재 확보는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노동력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노동력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인구 감소가 기업 전략의 방향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수에서 사람의 역량으로

이 변화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경제는 무엇으로 성장할 것인가.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사람의 수가 곧 성장의 기반이었다. 노동력이 많을수록 생산이 늘고 소비도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 오너스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러한 방식의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 앞으로는 사람의 수보다 사람의 역량이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사회에서는 동일한 인력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결국 조직의 경쟁력은 구성원의 지식과 학습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을 끊임없이 높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조직이 학습하는 능력, 지식을 축적하는 능력, 그리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된다.

이 지점에서 독서와 학습의 가치가 다시 등장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조직은 사람의 숫자보다 사람의 생각을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해야 한다.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고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는 문화가 조직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인구 오너스 시대는 단순히 인구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경제가 사람의 수 중심에서 사람의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기업의 성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수가 아니라 사람의 지식이다.
한국독서교육신문 장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