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 빌리는데 연 이자 0.77%?…공정위, HDC·아이파크몰에 과징금 171억원

임태성 기자 2026. 4.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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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 아이파크몰에 14년간 연 0.3% 금리로 자금 대여
2018년 국세청 과세처분 이후 금리 올렸지만 2.25%…시장보다 낮은 수준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제공=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재차 HDC로 향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를 누락했다며 검찰 고발에 나선지 22일 만이다. 이번엔 HDC가 부실 계열사에 36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 수준으로 지원한 점을 문제 삼았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HDC와 아이파크몰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71억3300만원을 부과하고 에이치디씨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HDC가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계열회사인 아이파크몰에 임대보증금 명목의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제공했다고 봤다. HDC는 아이파크몰에 약 36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연 금리 0.77% 수준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2005년 준공 2년째를 맞았던 아이파크몰은 집단상가 형태의 운영방식과 상권 미형성 등의 이유로 점포 입점률이 68%에 불과하는 등 경영 악화와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후 직영매장 형태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려 했지만 36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자체 조달하기는 불가능했다.

이에 HDC는 2006년 3월경 아이파크몰과 보증금 360억 원에 쇼핑몰의 일부 매장을 임차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또 매장의 운영과 관리 권한을 전대 형식으로 아이파크몰에게 위임하고 사용 수익을 배분받는 '운영관리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일괄 거래 원칙상 HDC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및 관리비를 지급하고, 아이파크몰은 위임료와 사용수익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임대료·관리비와 위임료가 상계됐다. 즉 HDC가 임대보증금을 아이파크몰에 빌려주고, 사용수익 명목의 이자를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HDC가 아이파크몰로부터 받은 수익은 사실상 무이자 수준이었다. 아이파크몰이 2006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HDC에 지급한 사용수익은 연 1억5000만원으로 연 이율 0.3%에 불과했다.

2018년 국세청이 우회적인 자금 대여라며 과세처분을 하자 HDC는 2020년 7월 이를 자금대여 약정으로 전환했지만, 이후에도 2.55%의 대여금리를 적용하는 등 시장 조달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빌려줬다.

즉 아이파크몰은 HDC로부터 17년간 333~360억원의 자금을 차입하면서 이자는 약 47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연 이율로 환산하면 0.77%다. 공정위는 해당 기간 아이파크몰이 정상적으로 지급했어야 하는 이자가 504억원이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그룹 내 우량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했다고 봤다. 이에 HDC에 과징금 57억6500만원, 아이파크몰에 113억6800만원을 부과하고 HDC는 고발하기로 했다.

이순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은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 복합쇼핑몰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며 "임대차 거래로 위장한 우회적인 자금대여 행위를 제재한 사례"라고 짚었다.

임태성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