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학 상주작가 면접서 외모 평가 등 ‘갑질 의혹’…정부, 긴급 조사

임인택 기자 2026. 4. 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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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곳 도서관·서점 등에서 면접 선발 중
일부 면접관들의 작가·장르 비하·갑질 의혹 제기
한국문화예술위, 7일 작가 대상 긴급 설문조사 나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지한 문학 상주작가 지원 사업 안내문.

정부가 운영하는 ‘문학 상주작가 지원 사업’이 면접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심사 논란과 작가 대상 ‘갑질’ 의혹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작가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산하)가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올해 15년차를 맞은 상주작가 사업은 각 지역 도서관·문학관·서점에 작가를 상주시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인건비를 주며 해당 기관의 문학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작가의 경제 활동을 돕는 제도다. 각 시설별로 서류·면접 전형을 진행해 한명씩 선발하는데, 올해는 총 100명의 작가가 5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해 77곳보다 규모가 늘었다.

문제는 지난달 24일부터 진행 중인 면접 과정에서 불거졌다. 일부 지원자들이 장르를 폄하하는 발언을 듣거나 면접 취지와 무관한 질문을 받았다는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10년차 동화작가 ㄱ씨는 지난 4일 한 시설의 면접에서 “요즘 동화가 너무 전형적으로 흐른다”거나 “초등학교나 학교 강사들은 죄다 동화작가판 아니냐”와 같은 “장르와 작품을 깎아내리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면접관은 시설 대표 등 내부자 2인과 외부 인사 1인으로 구성됐다. ㄱ씨는 “상주작가의 역할과 기획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고, 내정자가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학상 수상과 5종 이상의 작품 출간 이력을 가진 그는 “같은 문학계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무례할 수 있는지 갑질로 생각된다”며 “전 떨어져도 경제적 타격감이 없지만, 절박한 사정의 작가들이 많고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굴욕을 당해야 한다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문학 상주작가 지원사업으로 고양시 주엽 어린이도서관에서 한 작가가 시민 상대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르문학 작가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호소했다. 제주·서울권 면접에 참여한 황모과 작가와 박산호 작가(번역가)는 면접 과정에서 “훈계”하고 “호통”치고 “하품”하는 면접관들을 만났다. 박 작가는 “두 사람이 같이 면접을 봤는데, 옆의 젊은 작가에겐 ‘하긴 작가님은 젊고 인상도 밝으니 아이들이 좋아하겠다’고 말하더라. 질문 내내 내게 반감이 강하다는 느낌을 줘서 기분이 너무너무 나빴다”고 에스엔에스(SNS)에 썼다. 박 작가는 한겨레에 “다신 상주작가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국외 거주자인 황모과 작가는 에스엔에스에서 “39세 이상 작가 1인을 뽑는 자리에 무려 9명의 작가를 서류 심사 통과자라는 이름으로 불러 모았다”며 “많은 지원자에게 기회를 줬다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창작자들의 시간과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지원자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투자 정도로 여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지원자 전원을 면접에 부른 시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디지털 드로잉 수업이 가능하냐”라거나 “연말 최우수 도서관에 선정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거냐”는 등 질문을 들었다는 작가들을 포함해, 한겨레가 확인한 최근년도의 유사한 경험 사례가 적지 않다. ㄱ작가는 지난 5~6일 10명 안팎의 작가로부터 사례를 제보받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 공식 대응을 제안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ㄱ씨가 면접을 본 시설 대표는 “지역에선 모객이 쉽지 않아 상주작가 프로그램 운영 방안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외부 평가자의 질문이 좀 날카로웠는데, 동화에 대한 얘기를 작가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작가에게 직접 사과도 드렸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는 올해 상주작가 사업 지원 작가 700여명을 상대로 7일 설문 조사에 나섰다. 김나영 문학지원팀 팀장은 “그간 만족도가 높았던 사업으로 이렇게 논란이 된 적이 없어서, 우선 실태 파악해 결과를 면밀히 살피고 시설과도 소통하려고 한다”고 8일 한겨레에 밝혔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개별 면접 경험을 넘어 공공 문화지원사업 전반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라며 “면접 운영 방식과 절차 절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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