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인 수원도시공사 사장 “탑동 이노베이션밸리, 경제자유구역 지정 마중물”
수원시 공직사회에서 40여 년간 헌신하며 도시개발국장 등을 두루 역임한 정통 ‘도시 전문가’, 이영인 수원도시공사 사장을 만났다. 취임 4개월을 맞은 이 사장에게 탑동 이노베이션밸리의 현안과 핵심 과제를 심도 있게 짚어봤다.

Q. 취임과 동시에 최대 개발 사업을 마주했는데. 지난 4개월간의 소회는.
A. 수원시청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했고, 수원도시재단 이사장도 역임해 공사의 주력 개발 업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취임 직후 고민한 지점은 직원들이 업무에 효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개선이었다. 공사 내부는 일반 행정, 기술, 시설 관리 등 직종이 다양하게 혼재돼 부서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 행정과 소통 부재 등 갈등 요소가 존재했다. 이런 소통의 벽을 허물고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였다.
아울러 공사만의 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향후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공사의 발전 청사진이 현재로선 부족하다. 수원도시공사의 개발 역량은 2018년도에 본격화 돼 이제 막걸음마 단계를 벗어났다. GH(경기주택도시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수준의 거대 규모를 당장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체급에 맞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공사만의 독자적이고 강력한 개발 역량을 확립해 나갈 것이다.
Q. 40년 공직 경험을 가진 도시 전문가로서 탑동 이노베이션밸리가 갖는 본질적인 의미와 상징성은.
A. 탑동 지구는 제가 수원시 도시개발국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도에 서수원권 균형 발전을 위해 초기 구상을 직접 시작했던 사업이다. 당시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숱한 난관을 뚫고 마침내 현장에서 첫 삽을 뜨게 된 모습을 지켜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탑동 부지는 과거 시가 선제적으로 매입해 보유하고 있던 시유지라는 점에서 시 주도 개발 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성을 띤다.
초기에는 첨단 산업 용지로만 구성할지, 주거 기능을 넣어 전체적인 사업성을 끌어올릴지에 대한 격론이 있었다. 일반적인 시행사 입장에서는 아파트 등 주거 단지를 반드시 포함해야만 초기 분양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성이 담보된다는 논리가 강했다. 하지만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단순한 단기 토지 분양 수익 창출보다는 훌륭한 앵커 기업을 유치 하는 것이 핵심 가치다. 탑동 이노베이션밸리는 낙후된 서수원 권역에 고도화된 첨단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갈 것인가를 증명해 내야 하는 시험대라고 생각한다.
Q. 당초 주거단지 조성 계획에서 한 차례 수정했는데, 그 과정에서의 난관이 있었다면.
A. 초기 수원시와 공사 모두 연구 인력들의 직주근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정 부분 주거 기능을 도입하고자 했다. 주거와 업무가 결합된 콤팩트 시티를 구상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청 등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해당 부지가 수원 군 공항 비행안전구역에 인접해 주거 기능을 포함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주거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당시엔 주거 기능을 넣지 못한 점에 대해 큰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방향성이 완전히 정립된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주거 기능이 철저히 배제된 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단지 내에 대규모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이 혼재돼 있었다면, 첨단 기업들이 야간 철야 연구나 설비 가동 등에 따른 일상적인 소음, 진동 민원으로 정상적인 연구 활동을 영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주거 기능 배제로 오롯이 첨단 산업 시설 유치와 연구 환경 조성에만 100% 집중할 발판이 마련됐다.

Q. 현재 입주 의사를 타진 중인 기업들의 동향과 공사가 집중 공략하는 유치 타깃은.
A. 취임 직후부터 많은 국내 유수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을 희망하는 IT 기업과 자동차 관련 복합 시설을 조성하려는 기업이 제안서를 내려고 했으나 최종무산됐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고, 자동차 시설은 근린생활시설 비율 법적 허용치인 10%를 넘어 30% 이상 대폭 늘려달라거나 기업형 오피스텔 건립을 요구해 단호히 거절했다.
공급 필지는 두 종류다. 1만 평 이상의 대형 필지인 첨단업무시설 용지 3곳은 앵커 대기업을 우선 유치할 예정이다. 1만㎡ 이하 복합업무시설 용지 8곳은 제조업 입주를 제한하고 AI, 바이오 R&D만 입주 가능하다. 창업 스타트업은 자본 한계로 진입이 어려울 수 있어, 자금을 확보하고 수도권 진출을 희망하나 판교 진입에 부담을 느끼는 지방 우량 기업이나 첨단 로봇·자동차 산학 기관을 타게팅해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Q. 성공적 유치를 위해 합리적 토지 공급가와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관건이다. 이를 이끌 특화된 전략은.
A. 토지 공급 기준가는 3.3㎡당 1천만원대 수준이다. 준주거지역으로 용적률 400%, 건폐율 70%의 우수한 건축 조건을 지닌다. 단순 분양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면 비싸다는 논란이 일 수 있겠지만, 핵심 목표는 부동산 매각이 아닌 기업 유치다. 실제 협상 중인 첨단 기업중 분양가를 문제 삼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비판적 여론은 일부 시행사나 투기적 주체들의 근거 없는 노이즈에 불과하다.
공사는 기업의 초기 자금 조달 부담을 덜고자 대형 은행 5곳과 MOU를 체결해 토지 보증 제도를 도입, 대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루 30만명이 오가는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탑동 현장까지 다이렉트 논스톱으로 연결되는 무인 자율주행 버스나 스마트모빌리티 똑버스 직통 노선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투자 규모에 따라 최대 5억원의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7천600억원 규모의 수원기업새빛펀드를 통해 기업을 위한 마중물 재정 투자를 뒷받침할 것이다.
Q. 탑동 이노베이션밸리도 수원 군 공항 소음·진동 영향권에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처 계획은.
A. 탑동 일대가 군 공항 비행안전구역에 속해 건축물 높이가 71~86m로 엄격히 고도제한 규제를 받고, 군 훈련기 비행 시 거슬리는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우리가 집중 유치하려는 첨단 R&D 산업 시설은 일반적인 주거 시설과 건축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최근에는 쾌적한 연구 환경 보장을 위해 건축물 내부를 기준으로 실제 체감 소음을 측정하도록 기준이 변경됐다. 고효율 이중 단열 시스템과 특수 방음 설계를 건립 초기부터 철저히 적용하면 소음 피해는 건축물 내부에서 충분히 차단 가능하다.

Q. 수원시의 시정 최우선 역점 과제인 ‘수원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얻게 될 구체적 혜택과 서수원의 전망은 어떠한가.
A. 탑동 이노베이션밸리 26만㎡와 R&D 사이언스파크 34만㎡ 부지를 하나의 띠로 묶어 총 3.3㎢ 규모로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올해 내실 있는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최종 지정을 목표로 시와 공사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가 차원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외 자본 유치가 용이해 지고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등 각종 징수 항목에서 조세 감면 혜택을 보장받게 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국내 복귀를 타진 중인 리쇼어링(U턴) 기업들에게 강력하고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와 더불어 5대 특례시 중 2030세대 청년 인구 비율 1위인 풍부한 인적 자원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
Q. 탑동 이노베이션밸리 외에 공사가 중점 추진 중인 현안 사업은.
A. 수원시 연화장의 시설 포화 및 만성 대기 운영 문제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 혁신 과제다. 화장 수요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임계 상태라 현재 규모로는 관외 수요까지 수용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우리는 화장로 증설을 넘어 허례허식에 치우친 획일화된 장례 문화 자체의 질적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의 일환으로 전국 지자체 산하 공기업 최초로 ‘스마트 무인 가족장’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막대한 고비용을 유발하는 실물 제단 장식을 과감히 없애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추억 영상을 송출하는 디지털 추모 공간을 빈소 전면에 조성한다. 일반 조문객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간편하게 부조금을 송금하고, 실제 빈소에는 직계 가족만 모여 경건하게 장례를 치르는 선진화된 시스템이다. 관련 학계 전문가들과 토론을 마쳤으며, 시 관련 부서와 속도감 있게 협의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안으로 무인 빈소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탑동 이노베이션밸리 착공을 지켜보는 서수원 주민들과 투자를 고려 중인 첨단 기업 관계자들에게 한 마디.
A. 탑동 이노베이션밸리는 국토 균형 발전에서 소외당했던 서수원 권역 전체의 내재 가치를 일깨우고, 국가 지정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성과를 견인하는 신호탄이자 마중물이 될 것이다. 수십만 평 규모의 첨단 산업 인프라가 가동돼 폭발적 도시 개발 압력이 발생하면, 수원 시민의 숙원인 도심 속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 역시 중앙정부를 향해 한층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이라 전망한다
윤준호 기자 delo4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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