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쉽 사태 옛말…계약 해지에도 웃는 삼성重
분할금 납입 못한 선사가 '선박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업황 좋아 원유운반선 재판매 쉬워…조선사 부담 없어"

삼성중공업의 재고 선박 재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지난 2023년 오세아니아 선사가 발주한 후 최종 분할금을 납입하지 않으면서 재고로 남게 된 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가처분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업황을 잘 드러내는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테티스 라인즈·가이아 라인즈가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선박 처분 금지 및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테티스·가이아 라인즈는 오세아니아 선주가 선박 계약을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회사)로, 지난 2023년 각각 원유운반선 1척씩을 발주한 바 있다. 총 계약금액은 2275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해당 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다. 회사는 당시 공시를 통해 "선주사가 최종 분할금 납입에 실패해 계약상 당사에게 발생한 계약 해지 권한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선주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조선사가 계약 선박을 재고로 떠안게 되는 사례는 드물지만 꾸준히 있었다. 2010년대 후반 삼성중공업을 존폐 기로에 서게 했던 악성 드릴쉽(시추선) 재고도 같은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수년간 사모펀드 등과의 계약을 통해 이미 건조된 드릴쉽을 판매하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불과 3년 전인 2023년이 돼서야 모든 악성 재고를 털어낼 수 있었다.
다만 이번 가처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선주의 대응이 크게 달라졌다. 가처분 전면에 '조선사의 계약 해지 부당성'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선주가 계약 선박을 인도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시간을 버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업황을 고려하면 재고 원유운반선 재판매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이 높아진 상황에서 원유운반선을 재판매 한다고 하면 당장 사가겠다는 선주가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분할금을 납입하지 못한 선주가 재판매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만 봐도 최근 업황이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번 가처분 신청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 해지는 유효하고, 가처분 청구 취지는 근거 없는 내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계약 해지가 인정되고 재판매가 이뤄지면 수익성 측면에서도 손해보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했다.
민경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