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제 시클리컬 아니다…"PBR 2배에 갇혀 있을 이유 없다"

대한민국 반도체의 두 거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사적인 변곡점에 섰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57조 원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의 이익 체력을 과시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단순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 이들의 기업 가치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반도체는 이제 완전히 재평가될 것"이라며, 과거 널뛰기 장세를 반복하던 시클리컬(경기 민감주)의 오명을 벗고 엔비디아와 같은 성장주의 궤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내구 소비재 수요에 60~70%를 의존해 왔다. 소비 경기가 좋으면 웃고 나쁘면 우는 전형적인 천수답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방 수요의 70%가 B2B AI 인프라 쪽으로 옮겨갔다. 구글, 오픈AI, 메타 등 이른바 빅3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AGI(범용인공지능)를 선점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AI 혁명으로 인한 공급 부족 현상이 과거와 달리 면(面)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슈퍼 사이클이 디램 가격만 오르는 점의 형태였다면, 코로나 시기에는 차량용 반도체와 파운드리까지 이어지는 선의 형태였지만, 지금은 GPU가 부족하니 HBM이 부족하고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니 범용 디램과 랜드플래시, 나아가 CPU와 기판, 네트워크 부품까지 한꺼번에 부족해지는 면의 쇼티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 주가를 EPS(주당순이익) 상향이 이끌었다면, 2분기부터는 멀티플을 얼마나 더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여전히 5~6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이익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다는 믿음을 시장에 줄 수 있다면 주가는 한 단계 더 레벨업될 수 있다. 이 대표는 특히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시도를 중요한 신호로 봤다. 단순히 상장 그 자체보다 미국 투자자들에게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엔비디아가 4조, 5조 달러의 밸류를 인정받은 건 하드웨어를 수직 통합하고 소프트웨어를 수평 확장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메모리 업체들도 번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기반의 소프트웨어 스택이나 서비스 확장, 혹은 자사주 소각 같은 강력한 주주 환원책을 통해 성장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야 멀티플 리레이팅이 완성될 것이라는 제언이다.
결국 4월과 5월은 반도체주에 있어 강력한 반등의 시기가 될 전망이다. 가격 중심의 사이클에서 물량 중심의 사이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짧은 성장통은 있을 수 있지만, AI라는 거대한 파고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대한민국 반도체가 시클리컬이라는 낡은 옷을 벗고 글로벌 메이저 리그에서 성장주라는 새 옷을 입고 질주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는 "2분기까지는 실적이 확실하며, 하반기 증가율 둔화 우려가 있더라도 P에서 Q로 넘어가는 트렌드 속의 단기적 진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