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용대 대구온라인학교 교장 “공동교육과정, 학교 경계 허무는 변화”

김창원 기자 2026. 4. 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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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교 672명 참여…60개 과목 선택권 확대
실시간 쌍방향 수업·AI 기반 맞춤형 학습 구현
공동교육과정으로 교육 격차 해소 가능성 제시
▲ 예용대 대구온라인학교·달성고 교장.

2023년 9월 문을 연 대구온라인학교가 한국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소속 학생 없이 운영되는 이 특별한 학교는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각자의 학교 교실에서 접속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공동교육과정' 중심 학교다. 달성고 교장을 겸임하고 있는 예용대 대구온라인학교 교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이 혁신적인 교육 모델의 의미와 가능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올해 1학기 현재 26개 고등학교 672명의 학생이 참여해 60개 과목을 이수하고 있는 대구온라인학교는 단순한 온라인 강의를 넘어, 학교 간 장벽을 허물고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확장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대구온라인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온라인학교 제공

△공동교육과정,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다

예용대 교장은 공동교육과정의 근본적인 의미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기존에는 한 학교 안에서 개설 가능한 과목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공동교육과정은 여러 학교가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개념"이라며 "학생은 소속 학교에 그대로 있으면서도 다른 학교에서 개설한 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동교육과정은 단순한 과목 공유를 넘어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학교 규모나 교원 수급에 따라 발생하던 과목 개설의 한계를 보완하고,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맞춘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예 교장은 이에 대해 "공동교육과정은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기술이 가능하게 한 교육 혁신

대구온라인학교는 이러한 공동교육과정을 온라인 환경에서 구현한 대표적 사례다. 모든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각자의 학교 교실에서 접속해 함께 수업에 참여한다.

예 교장은 "온라인이라는 기술이 있었기에 공동교육과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다"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학생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수업 방식 역시 기존 온라인 강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녹화 영상 중심이 아니라 실시간 상호작용이 기본이다.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토론하고 질문을 주고받는다. 예 교장은 온라인 수업의 장점에 대해 "대면 수업에서는 물리적 거리나 자리 배치에 따라 참여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든 학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수업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 대구온라인학교 선생님이 화상캠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온라인학교 제공

△정교한 설계로 이루어지는 수업

대구온라인학교의 수업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출석 확인 단계에서는 '감사하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해 토론, 협업, 질의응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교사는 디지털 자료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학생 수준에 맞춰 수업을 유연하게 이끈다.

수업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AI 챗봇이 실시간 수업 내용을 분석해 '수업 체크리스트'를 자동 생성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학습 수준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평가는 결과보다 과정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교사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 대구온라인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모여 테블릿을 통해 수업 진행 방향성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온라인학교 제공

△교사들의 치열한 준비와 협력

하지만 이러한 공동교육과정 기반 수업은 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요구한다. 단순히 기존 수업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 교장은 "학생들의 수준과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수업을 더욱 정교하게 구성해야 한다"며 "교안 연구와 수업 준비에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한 차시 수업을 위해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를 검토하고, 학생 참여를 유도할 활동을 새롭게 설계한다.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온라인 환경에서 효과적인 상호작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 교장은 "공동교육과정 수업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설계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온라인학교에는 9명의 교사와 8명의 강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교사 1인당 평균 3과목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과목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디지털 자료를 제작해야 하는 만큼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다.

예 교장은 "초기에는 교사들의 부담이 상당했지만, 점차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나눔 문화가 만드는 협력의 경험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수업 나눔' 문화다.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고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간다.

예 교장은 "공동교육과정이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협력의 경험을 제공한다"며 "학교 간, 교사 간 경계를 허무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협력 문화는 단순히 업무 부담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과 교육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이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만나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더 나은 수업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과정은 교사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지역 교육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되고 있다.

▲ 대구온라인학교.

△미래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예 교장은 공동교육과정의 확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앞으로는 학교 간 협력을 넘어 지역 간, 더 나아가 전국 단위로 확대될 수 있다"며 "공동교육과정은 미래 교육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대구온라인학교의 모델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학교 규모나 지역적 여건에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격차 해소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소규모 학교나 농산어촌 지역 학교에서는 교원 수급의 어려움으로 개설하기 힘든 과목들을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술이 아닌 학생의 성장이 중심

마지막으로 예 교장은 교육의 본질을 강조했다. "기술은 공동교육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학생이 자신의 배움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구온라인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의 핵심이다. 온라인 기술, AI 챗봇, 에듀테크 도구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 확대와 개별 맞춤형 교육 실현이다. 예 교장의 이러한 강조는 기술 중심의 교육 혁신 담론 속에서 교육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 대구온라인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촬영하고 있다. 대구온라인학교 제공

대구온라인학교의 시도는 단순한 온라인 수업을 넘어 교육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공동교육과정'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학생의 선택과 교사의 치열한 준비가 있다.

26개 고등학교 672명의 학생이 참여해 60개 과목을 이수하고 있는 현재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예용대 교장이 제시한 비전처럼, 공동교육과정은 학교 간,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전국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대구온라인학교의 실험은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한 시대,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관심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시대를 향한 구체적인 발걸음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진정한 변화는 학생의 선택권 확대와 교사들의 협력, 그리고 교육 기회의 형평성 제고라는 본질적 가치 추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대구온라인학교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