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그랜드슬램은 목적지 아닌 여정…2연패 노릴 것" [여기는 마스터스]

조수영 2026. 4. 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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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D-1
17년 압박 털어내고 디펜딩 챔피언으로 귀환
"18번째 출전, 경험과 자신감으로 90명 출전자 상대
이젠 내가 우승할 수 있다는 것 알기에 원하는 플레이 펼칠 것"
로리 매킬로이가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제공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의 인터뷰룸. 입구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는 북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홀리데이 출신의 한 골프 신동이 세탁기 안에 공을 집어넣던 꼬마가 곱슬머리 청년으로 활약하고, 결국 지난해 오거스타 내셔널GC 18번홀 그린에 무릎꿇고 앉아 포효하는 모습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다. 남자 프로골프 역사상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된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를 향한 오거스타 내셔널의 특별한 예우였다.

영상이 끝난 뒤 그린재킷을 입은 매킬로이가 가벼운 미소를 띄며 입장했다. 작년 이때, 얼굴 가득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비장한 모습으로 답하던 모습과 달리 그의 표정, 답변 하나하나에 여유가 넘쳤다. 매킬로이는 "12개월전 이 자리에 앉아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쓰던 때가 엊그제 같다"며 "지난 17년 동안은 이 대회가 빨리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며 매 순간 긴장 속에 살았지만, 올해는 대회가 시작되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내내 그의 어깨를 짓눌렀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부담을 덜어낸 뒤 여유를 단적으로 보여준 답변이었다. 

어렵사리 얻은 그린재킷에 대한 매킬로이의 애정은 각별했다. 그는 "지금 입고 있는 이 재킷이 바로 1년 전 시상식에서 입었던 바로 그것"이라며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겁이 나서 세탁소에 맡기지도 못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마스터스 역대 챔피언들이 전년도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첫째줄 가운데)가 8일(한국시간) 주최한 챔피언스 디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제공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애썼다"던 1년 전의 매킬로이처럼,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도 1년 전과 달라졌다. 작년까지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우승할 준비가 되었느냐", "특별한 대비책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주로 받았다. 그에게는 "우리가 한참 기다렸는데 언제쯤 해낼거냐"라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나선 이날, 기자회견은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 기자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18개홀을 대표하는 꽃들을 모두 알고 있느냐"며 퀴즈를 냈고, 그 역시 "아젤리아(철쭉), 화이트 도그우드(흰산딸나무)" 등을 언급하며 즐겁게 응수했을 정도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우승이 인생의 종착역이라 믿었다"고 털어놨다. 긴 시간 '마스터스 우승'을 쫓아왔기에 우승 뒤 적잖은 후유증을 겪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랜드슬램 달성이 내 골프 인생의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달해보니 그것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의 일부였습니다. 성공의 기쁨 뒤에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그 지점은 늘 조금씩 더 멀리 이동하죠. 제가 깨달은 것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로리 매킬로이가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다.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제공


지난해 매킬로이의 우승 키워드는 '인내'였다. 최종 라운드 초반 티샷이 흔들리고 퍼트가 뜻대로 되지 않는 극한의 압박 속에서도 그는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매킬로이는 "작년에는 실수에 과민반응하지 않고 인내심을 유지한 것이 우승의 열쇠였다"고 회상했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올해의 전략은 다르다. 그는 "작년까지 안전을 위해 우드를 잡았던 몇개 홀에서 올해는 드라이버로 더 공격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거스타에서만 18번째 출전하는 베테랑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답변이었다. 매킬로이는 "그 누구보다 이 코스를 잘 알기에 이곳의 코스 변화나 핀 위치는 이제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며 "나의 풍부한 경험이 2연패 도전에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킬로이는 이날 저녁 생애 처음으로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를 열었다. 전년도 챔피언이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는 마스터스만의 오랜 전통으로, 마스터스 개막 이틀전인 화요일 저녁에 열린다. 1년 새 매킬로이는 챔피언스 디너를 바라만 보던 사람에서 행사의 호스트로 변신했다. 

"작년 화요일밤, 저스틴 로즈와 오거스타 내셔널 회원 몇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차를 몰고 매그놀리아 레인을 지나 원형 로터리에 도착했는데 '챔피언 전용 주차장에 주차하면 안되니까 저 멀리 주차장에 세워야 하나?'하고 고민했죠. 그때 마침 챔피언들이 발코니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킬로이는 '발레 파킹을 맡기고 내리자니 그들이 저를 보게 될텐데, 상황이 참 묘해질 것 같았다. 작년엔 그런 어색한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올해는 자신이 그 행사의 호스트가 되어 역대 챔피언을 대접하게 됐다. 그는 "마스터스 디너는 스포츠계 최고의 전통 중 하나"라며 "그 일원이 되어 정말 감사하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매킬로이는 이 특별한 저녁을 위해 염소젖 치즈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를 베이컨으로 감싼 요리를 비롯해 사슴고기 햄버거, 아일랜드 전통 감자 요리인 챔프, 와규와 연어 스테이크, 푸아그라를 곁들인 참치 카르파초를 준비했다. 1인당 가격은 318달러로 역대 챔피언스 디너 가운데 가장 비싸다. 

이제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2연패에 도전한다. 첫 승까지 17년이 걸린 그이지만 다음 우승까지는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저는 이 코스가 편안하고 제 경기력에도 자신감이 있습니다. 지난 3주간 이번 대회가 저에게 던질 모든 도전에 대비해왔습니다. 지금의 저는 제가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가 원하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 좀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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