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대신 나무를 택했다"…숲에서 배운 삶의 방식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26. 4. 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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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마감 시간에 쫓기던 삶에서 벗어나, 하루의 속도가 계절과 나무의 성장에 맞춰지는 삶.

이 책은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이자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을 배경으로, 저자가 나무의사로 일하며 보낸 사계절을 기록한 에세이다.

도시에서 '속도'를 기준으로 살아왔던 한 사람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다시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결국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직업 에세이나 식물 이야기집을 넘어, 삶의 속도를 재설정하는 기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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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신 나무의사가 된 기록 '숲으로 출근합니다'


신문 마감 시간에 쫓기던 삶에서 벗어나, 하루의 속도가 계절과 나무의 성장에 맞춰지는 삶. 황금비의 에세이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바로 이 극적인 전환에서 출발한다. 도시의 소음 대신 파도와 바람, 새소리를 듣게 된 한 기자의 선택은 단순한 직업 변화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은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이자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을 배경으로, 저자가 나무의사로 일하며 보낸 사계절을 기록한 에세이다. 도시에서 '속도'를 기준으로 살아왔던 한 사람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다시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책의 핵심은 단순한 힐링이나 자연 예찬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수목원에서 만난 1만7000여 식물 가운데 33종을 중심으로, 우리가 스쳐 지나가던 나무와 꽃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봄마다 당연하게 보던 목련은 1억6000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원시 식물이고, 한여름 태산목은 사람 얼굴만 한 꽃을 피워내며 자연의 압도적인 생명력을 드러낸다. 여름 수목원에서는 매미가 울고 수련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며, 생명의 리듬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가을이 되면 금목서 향이 만 리까지 퍼진다는 '만리향'의 의미가 실감나고, 겨울에는 스스로 열을 내 눈을 녹이며 피어나는 '복수초'가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생존 방식이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이러한 식물 이야기는 곧 인간의 삶으로 이어진다. 모든 식물이 햇빛 아래에서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사람 역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확장된다. 도시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맞추려 했던 저자가 태안의 '슬로 시티'에서 비로소 균형을 찾는 과정은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책은 수목원의 낭만만을 그리지 않는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잡초를 뽑고, 벌레에 물리고, 나뭇가지에 찔리는 노동의 시간도 그대로 담는다. 그러나 저자는 그 속에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발견하는 감각을 얻었다고 말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오래된 목련을 보며 "내가 죽은 뒤에도 이 나무는 남아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은 인간 중심의 사고를 뒤집는다. 자연이야말로 '주인'이라는 감각이 비로소 체화되는 순간이다.

결국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직업 에세이나 식물 이야기집을 넘어, 삶의 속도를 재설정하는 기록에 가깝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도시의 시간과 달리, 숲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축적되는 시간을 보여준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 그다음은 지금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삶은 다시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그 선택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한다. 

황금비 지음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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