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끝에 인당수 연꽃으로 피다…유니버설발레단 '심청' 두 명의 스타
오는 5월 1~3일 정기공연 '심청' 클라이막스 문라이트 파드되 선뵌다
"고난과 성장, 배려로 완성될 케미스트리 기대하세요"
은은한 달빛 아래 국왕과 심청이 사랑을 노래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창작 40주년을 맞아 올리는 레퍼토리 ‘심청’의 백미, ‘문라이트 파드되’의 장면이다. 이 아름다운 2인무를 위해 특별한 두 무용수가 손을 맞잡았다. 심한 부상을 이겨내고 1년 만에 돌아온 수석무용수 강민우(37)와 새롭게 수석 자리에 올라 서울 정기공연 데뷔를 치르는 이유림(29)이다. 심청과 같은 고난을 뚫고 피어난 두 사람을 지난 7일 서울 마곡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부상을 딛고 '국왕'으로 돌아온 강민우
강민우에게 지난 1년은 데뷔 이후 가장 가혹한 시간이었다. 10년차 수석무용수지만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은 처음이었다. 한 때 "발레를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트라우마에도 시달렸다고. "너무 아파서 진통제로 밤을 지새우며 건강이 최고라는 걸 느꼈어요. 예전만큼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까봐 은퇴까지 고민했을 정도였죠."
지난 1월 초 연습을 재개했을 때만해도 무릎 상태는 좋지 못했다. 수술 직후로 돌아가는 듯한 통증에 심리적 불안감도 컸지만 지독한 재활 끝에 그는 마침내 '심청'의 결혼상대인 '국왕' 역으로 복귀를 확정했다. "복귀를 앞두고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했어요. 기복도 심했고요. 어떤 동작이 잘 안 되면 화가 났다가 슬퍼지기도 하는데, 티 내지 않고 묵묵하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강민우가 맡은 국왕은 '심청' 속 용왕이나 선장과 같은 강렬한 캐릭터와는 결이 다르다. 국왕은 인자하고 순애보적인 면모를 보이는 인물. 강민우는 "심청에게 첫눈에 반했다기 보다 바다에 빠졌다가 연꽃을 타고 나타난 심청의 고난 서사에 감복하는 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클래식 발레 의상과는 다른 한복 의상에 대해서도 그는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천이 크고 펄럭이는 한복은 공기 저항이 커서 테크닉을 보여주기 힘들지만, 옷의 움직임이 무대 위 감정을 증폭시켜주기도 해요." 심청과 함께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꼽히는 '춘향'에서 강민우는 변학도를 맡은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악역'이나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할 때 한복의 카리스마는 배가 된다고. 강민우는 이번 복귀를 위해 부상 후유증으로 늘어난 체중도 한달만에 10kg 가까이 감량했다. 무대를 향한 사랑과 독한 마음으로 무대 위에서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심청이라는 꿈의 조각을 맞춘 이유림
이유림에게도 이번 공연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정체성과 같은 '심청'을 보며 무용수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이 작품에 있어요. 서양의 캐릭터가 아닌, 우리 고유의 정서와 내셔널리티를 담은 '심청'이잖아요. 심청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무대에 선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수석무용수로 서는 첫 서울 정기공연인만큼 설렘보다는 책임감과 겁이 앞선다는게 이유림의 솔직한 고백이다. "수석무용수로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계속 떠올랐다는 것. 다행히 든든한 조력자들이 곁에 있다. 이유림은 "문훈숙 단장을 비롯한 역대 심청들과 엄재용 지도위원 등 역대 왕이 전해주는 노하우는 그에게 마치 수능을 앞두고 얻은 귀한 '족보'와도 같다"고 말했다.

심청은 1막부터 3막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바닷속과 육지를 오고가기 때문에 움직임도, 의상도 계속 달라진다. 하지만 그가 진짜 어렵다고 느끼는 건 감정선의 깊이다.
"물 속이라는 용궁에서의 씬이 체력적으로 소모가 크긴 하지만 청이로서 아버지인 심봉사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전달해야할 애틋함, 엄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아버지를 향한 효심을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진짜 청이가 됐는지, 오늘 아침엔 발레단 출근하면서 머리도 직접 땋아봤네요."(웃음)
배려로 완성될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서로를 향한 신뢰는 연습실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이유림은 파트너 강민우를 "경청하고 배려하는 무용수"라고 했다. "(강민우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 항상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 줘요. 덕분에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춤을 출 수 있어요." 강민우도 "(이유림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정육각형 인재'라 어느 부분에도 부족함이 없어 함께 춤추기에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이유림이 수석무용수가 된 후 첫 리허설에서 압박감에 감정을 쏟아냈을 때도, 강민우가 부상 당한 무릎으로 힘겨워 할 때도 두 사람은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줬다. 고난을 이겨낸 인당수의 꽃처럼 강민우와 이유림이 피워낼 40주년의 '심청'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5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린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사진/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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