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급증, 예산은 바닥…보급 속도 ‘지자체에 달렸다’

신석주 기자 2026. 4. 8. 10: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 개최…전기차 시대, 지자체 역할 강조
전기차 수요 증가 속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 지자체 추가재원 확보 절실
생산경쟁력 강화 위해 보조금과 더불어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전기차 포함 필요

[수소신문]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지나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보조금 조기 소진 등 수요 대응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요 확대 흐름을 실제 구매와 보급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재정 대응과 정책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3년과 2024년 캐즘 국면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전기차 보급은 22만대로 전년대비 50.1% 증가했으며, 2026년 1~3월 판매도 8만 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0.9% 늘어났다.
▲ 전기차 시장이 캐즘 현상에서 벗어나면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데, 보조금 조기 소진 등 수요 대응 방안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AI생성이미지. 

이처럼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조금 조기 소진 현상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4월 초 기준 전국 160개 지자체 가운데 전기승용차는 45개, 전기화물차는 54개 지자체에서 보조금이 이미 100% 소진됐다.

90% 이상 소진된 지역도 각각 60개, 67개에 달해 상당수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이 전기차 수요를 추가로 자극하면서, 이러한 흐름이 실제 구매와 보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 보조금이 소진될 경우 국비를 우선 지원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의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 역시 해당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확보 등 재정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수요 확대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요 정책과 더불어 생산 기반 강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의는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8일 자동차회관에서 진행한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포럼은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는 내연기관차 중심의 지역 산업구조를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핵심 주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미래차 산업은 생산을 넘어 연구개발, 실증, 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으로 가치사슬이 확장되고 있다"며 "지자체의 역할도 기존 생산 지원을 넘어 보다 폭넓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구축, 실증 환경 조성, 보조금 지원 등 지역 차원의 수요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승용차 보조금 접수율은 4월 2일 기준 공고 대수 대비 71.3%(6만 5327대), 전기화물차는 85.6%(1만 5199대)에 달하는 등 높은 신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추가 공고와 재원 확보를 통해 증가한 수요가 실제 보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경우 전기차 내수 수요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규 전기차 생산설비의 안정적 운영과 지역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도 보조금과 인프라 구축에 있어 지자체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컨설턴트는 지방비 보조금 수준이 수입 전기차 비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허 컨설턴트는 "광역시도별 분석 결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수입차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방비 보조금이 높을수록 수입차 비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입차 비중은 소득보다 지방비 보조금 수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5년 수입 전기차에 대한 지방비 보조금이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수입차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 브랜드 선호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보조금 정책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수입 전기차 가격이 국산차와 유사한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전기차 보급 정책은 단순한 보급 대수 확대를 넘어 국산·수입차 구성, 가격대별 수혜 구조, 지역 간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일부 지자체의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면서 실제 구매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의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병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지자체별 보조금 소진으로 동일 시기에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간 형평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시민들이 차질 없이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지자체 정책이 단순한 구매 보조금 지원을 넘어 충전기 고장 관리, 충전구역 불법주차 단속 등 사용자 불편 해소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간 보조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안정적 예산 확보와 체감형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며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 인프라 확충과 정확한 정보 제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대진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회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국가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수요 확대 흐름을 실제 보급으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과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지자체의 대응 역량이 향후 보급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