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선진국 선거 후진국 공약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선거판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선거를 재미나게 만들어 버렸다. 대구시장 선거가 역동적으로 펼쳐지면서 경북지사 후보 경선도 열기가 올랐다. 공약을 들여다 볼 정도로 선거에 관심이 생겼다.
과거 전통 산업사회에서는 중후장대(重厚長大)라,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게 대세였다. 산업도 철강 조선 기계 자동차 등 큼직큼직했다. 군수산업도 탱크, 구축함, 대포 등 크고 무거운 무기 중심이었다. 물류의 중심은 해운이었고 그래서 항구 도시가 절대 유리했다. 그러나 이제 21세기 지식산업 시대에는 중후장대보다는 경박단소(輕薄短小)가 대세다. 가볍고 얇고 짧고 작아야 한다. 산업도 반도체, 바이오, 화장품 등 작고 가벼운 고가의 제품으로 바뀌었다. 군수산업도 미사일, 전투기, 드론 등 고가의 무기로 바뀌고 있다. 물류 중심도 항공으로 바뀐다.
대구국제공항은 군위·의성으로 옮기게 돼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군위·의성으로 옮겨가면 산업도 재편돼야 한다. 중후장대에서 경박단소로 산업 전체를 재편해야 한다. 농축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항공 운송할 고가 작물의 판로가 활짝 열리게 된다. 올 4월 현재 1kg 소매가격이 감자는 3천500원~5천500원, 토마토는 7천500원~1만1천원(대추방울토마토 등은 더 비싸다) 아스파라거스는 1만5천원~2만2천원이다. 같은 야채라도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크다면 항공 운송에 친화적인 작물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난대성 고급 내수면 어종 예를 들면 잉어 양식은 어떤가?
이번 6.3지방선거공약도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온난화로 대구경북의 대표 과수 사과는 이미 강원도 거쳐 북한땅까지 올라가버렸다. 대신 남해안에 머물던 꽃이나 난대성 과일 야채는 경북에서 시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상류층을 겨냥한 꽃이나 고급 과일도 전략 품목으로 육성할 만하다. 의외로 고가 수출품인 담배제조창도 유치하면 어떨까?
역사문화 관련 공약도 생각해봄직 하다. 백제와 고구려에 치이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한민족 단일국가의 기틀을 닦았다. 오늘날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의 처지가 신라와 겹쳐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후보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신라에서 배우자고 외치고, 신라의 3국 통일을 한반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공약에 담아야한다. 피정복민에게도 왕족에 준하는 신분을 부여해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을 낳은 신라의 개방적 이민 정책은 오늘날에도 본받을 만하다. 조선조 들어서 나라 망친 노론 정권에 맞선 영남 남인의 저항 정신, 사림정신이 대한민국 민주화의 자양분이었음을 공약에 담아야한다.
이상화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이문열처럼 대구경북이 낳은 대문호들의 노벨문학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어떤가? 지방소멸만 걱정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가 문학도들을 위한 창작 공간을 제공하면 지식인, 문인들이 대구경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박태준 국제가곡제 신설은 또 어떤가? 제3세계 독립투사들의 전기영화제나 투쟁영화제는? 쪼그라든 작은 빵조각에 연연하지 말고, 빵을 키울 외부 인재에게도 과감하게 자리를 개방하겠다고 약속도 해봄직하다. 대구 경북 사람들, 그렇게 속좁고 인색한 자들 아니다. 새만금 주변 사람들처럼 중앙 예산 받아 어디 닦아쓰고나서, 행사 개판 만들어 세계적인 창피당할 사람들 아니다.
그나마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고민이라도 하는데,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은 뻔한 이슈뿐이다. 전형적으로 공급자들의 시각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공약들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교육도 서비스산업이다. 교육서비스의 소비자들 수요에 부응하는 정책 공약을 제시하고, 공급해야 한다. AI 시대 가장 급한 것이 노동 시장 개편과 교육 개혁이다. AI시대는 하던대로 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바꾸자. 후보들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
김구철 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금강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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