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조 요구 더 커질까…재계, 포스코發 직고용 미칠 파급 ‘촉각’
철강·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 ‘영향권’
노봉법 시행…하청 노조 요구 거세지나
“노노 갈등 우려…직고용 확산 어려울 것”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ned/20260408101348424lvkf.jpg)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포스코가 하청업체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 불법파견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포스코의 직고용 결정을 선례 삼아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철강을 비롯해 자동차, 반도체 등 원·하청 구조를 가진 주요 제조업 기업들은 포스코의 직고용 결정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사례를 계기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유사한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10여 년간 이어져 온 불법파견 논란을 마무리 짓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사내하청 근로자와 관련한 불법파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최근까지도 법적 분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이달 대규모 불법파견 관련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예정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약 7000명 규모의 직고용 방안을 제시하며 사법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으로 하청 노조의 교섭 압박 등이 커지자 포스코가 직고용으로 정면 돌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 하청 노조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포스코는 단체교섭 요구에 즉각 응답했다. 시행 첫날 하청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 가운데, 이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2.3%로 포스코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지난해 포스코 현장에서 잇따른 산업 재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하청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포스코는 직고용을 통해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비전AI가 접목된 크레인이 선재코일을 트레일러에 자동으로 상차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ned/20260408101348727yzpv.png)
불법파견 소송과 노란봉투법 시행은 포스코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다. 현대자동차는 2004년 노동부가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뒤, 일부 생산라인에서 사내하청 인력을 직접 고용했다. 현대제철 역시 불법파견 소송이 제기되고 일부 패소 판결이 나온 뒤, 사내하청 인력을 직접고용하는 대신 100%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적인 요구가 가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노동계에 우호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부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포스코가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 노조들은 자회사 방식보다 원청 직고용을 가장 선호하고 있어, 1차뿐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1월 2일 새해 첫 행보이자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이후 장 회장은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과 2제강공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ned/20260408101349000fios.jpg)
다만, 일각에선 산업 전반으로 본사 직고용 방식이 확산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원·하청 구조는 업종별, 기업별로 크게 다르고 하청 구조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회사라 하더라도 직무에 따라 불법파견 여부가 크게 달라져 일괄적인 직고용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직고용이 가져올 비용 부담과 조직 내 갈등 요인이 적지 않다. 직고용이 이뤄질 경우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을 원청 기준에 맞추는 과정에서 인건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제조업 특성상 비용 상승은 기업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노노 갈등’ 가능성이다. 현재 원청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 간에는 임금과 복지 수준에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직고용 과정에서 이 격차를 해소하려 할 경우 기존 정규직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격차가 유지될 경우 새로 편입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어느 방향이든 내부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기업들로서는 부담 요인이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가 교섭권과 쟁의권을 갖게 되면서 원·하청 분리 구조의 실익이 줄어들고 있다”며 “포스코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반영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노노갈등 등 직고용에 따른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기업으로 직고용 모델이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 원청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높은 임금을 받는 반면, 하청 노동자의 처우는 크게 낮은 상황”이라며 “이 격차를 해소하려는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과 신규 편입 인력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대법원 판례도 일괄적으로 불법 파견을 인정하기보다, 사건 별로 다양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포스코 사례처럼 일괄 직고용하기보다 자회사 설립 후 고용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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