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갈라파고스 / 권운지

송태섭 기자 2026. 4. 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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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시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던 원초적 감각의 회복이다.

바람을 느끼고, 물을 몸으로 읽고, 바다에 뛰어드는, 그 자유가 생태시다.

나와 풀 사이, 사람과 강 사이, 생명과 바다 사이, 그 '비밀'을 듣는 것이 생태시의 출발이다.

시가 태어나는 조건이 유폐이듯, '갈라파고스' 역시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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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평론가

적도 아래 갈라파고스 제도가 있다/ 거센 해류와 수많은 암초로/ 바다 한가운데 저마다 고립되어/ 섬마다 방울새나 거북이가 진귀한 진화론을 쓰고 있다/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나직이 되뇌어 보라/ 멀리 않은 곳에 갈라파고스가 있다/ 춘란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사무실/ 책상 아래 무수히 뒤엉킨 전선들/ 수백만 볼트에도 감전되지 않는/ 잠을 잊은 야행성으로/ 생존을 위한 이 혹독한 진화/ 우리는 이 섬의 고유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갈라파고스』(2011, 만인사)

생태시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던 원초적 감각의 회복이다. 바람을 느끼고, 물을 몸으로 읽고, 바다에 뛰어드는, 그 자유가 생태시다. 생태시는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지구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태어난다. 나와 풀 사이, 사람과 강 사이, 생명과 바다 사이, 그 '비밀'을 듣는 것이 생태시의 출발이다.

권운지(1951~, 경북 문경 출생)의 「갈라파고스」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에서, 자연이 되어 말하는 시이다. 시가 태어나는 조건이 유폐이듯, '갈라파고스' 역시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섬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에콰도르에 위치한 화산섬이다. 「갈라파고스」는 문명적 해석이 최소화된 공간을 생태학적으로 탐색한 시다. 모든 것이 차단된 언어의 무방비 상태인 "고립"은, "잔혹한 진화"에서 생겨났다. 갈라파고스에는 거대한 거북,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 바다 이구아나, 독특한 핀치새와 같은 생명이 산다. 이 종의 다양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 결과이다.

권운지는 「갈라파고스」가 '왜 시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인간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그 섬은, 시간의 원형이 살아 있는 곳이다. 끝난 "진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장으로 남아 있다. 고립이 만든 순수한 언어 '갈라파고스'는, 타 대륙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고립이 행간의 결핍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의미가 제거된 시의 본질에 가깝다. 하여,「갈라파고스」의 생명들은, 무언가를 닮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판타스틱한 비유다. 그곳에 가면, 느림이 얼마나 아름다운 주체인가를 불현듯 깨닫게 된다. 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의 노을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아름다운 명시다. 장엄한 자연만이 스스로가 시가 되는 세계다.

보라! 그 태평양 바다의 시의 리듬을 보라. 파도는 같은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 위대한 음악이다. 깊이와 표면은 시의 앙상블이자, 태양에 빛나는 윤슬의 미학이다. 하여, 단지 인간은 지나가는 객체에 불과하며, 찰스 다윈이 왜 이곳에서 진화론의 단서를 얻었는지를 요해하게 된다. 왜? 권운지가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를 거듭 외쳤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김동원 시인, 평론가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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