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있으면 대출 못 받잖아요” 급매 나와도 ‘빈 집’ 말곤 못 사[부동산360]

홍승희 2026. 4. 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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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 낀 매물’ 팔게 퇴로 열었지만
후순위대출 사실상 ‘0원’ 수준
“전세퇴입자금대출 등 규제 완화 필요”
정부가 ‘비거주 1주택’의 세 낀 매물도 매도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중인 가운데 시장에선 정책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와 은행 현금자동지급기 모습. [연합]
올해만 가양동에서 100건 넘는 매매 거래가 있었지만, 대부분 다주택자 매물 중에서도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빈 집’들만 거래가 됐어요. 세 낀 집은 후순위 대출이 안 나오니까, 결국에는 세입자에 이사비 쥐여주고 비워야 거래가 돼요

강서구 가양동 공인중개사 대표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가 세 낀 매물을 무주택자가 매도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했지만, 막상 초고가 주택을 제외한 일반적인 아파트 시장에선 빈 집 위주로만 거래가 되고 있다. 세 낀 매물은 사실상 은행권에서 조달 가능한 대출이 ‘0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1세대 1주택자의 ‘세 낀 매물’도 매도가 가능해질 예정인 가운데, 정책 실효성을 위해선 무주택자에 한해서라도 ‘전세퇴입자금대출(생활안정자금대출)’을 완화해 주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온다.
전세 낀 집은 대출한도 ‘0원’…세 낀 집 회피 현상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제 무주택자가 갭투자(세 끼고 매매)를 할 때 일반 매매에 비해 대출 가능액은 큰 폭으로 준다. 정부는 지난 9·7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주택에 대해선 주택담보비율(LTV) 40% 내에서만 주담대를 받도록 제한했는데, 후순위담보대출은 그 한도 내에서도 전세보증금을 제한 차액만큼만 대출이 가능하다.

예컨대 서울에 있는 1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일반 매매할 때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6억원이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50% 수준인 8억원짜리 전세 세입자가 껴 있을 경우, 대출 가능액이 0원이다. 여기에 추후 세입자가 퇴거할 시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생활안정자금으로 묶이는 전세퇴입자금대출 한도도 1억원에 불과해, 집을 사고도 7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세 낀 매물을 살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세 낀 매물’을 매입하는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는 LTV 70%가 적용돼, 단순 계산대로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 대출은 변제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등 위험도를 고려해 금리가 선순위보다 높다.

현장에선 ‘빈 집’에만 매수 대기자가 줄을 섰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최근에 거래한 집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워낙 사이가 좋아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기로 협조하면서 매도가 가능했다”며 “세입자 없는 ‘빈 집’을 매수하겠다는 매수자는 줄을 선 반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는 ‘세 낀 집’은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영업하고 있는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 역시 “한 다주택자는 세입자가 ‘절대 집 못 빼준다’고 하는 바람에 매도를 6월 이후로 미뤘다”며 “지금도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앞으로 어떻게 더 강화될지 몰라 세 낀 매물은 매수자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 “무주택자 생활안정자금대출 완화 필요” 지적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일대 모습.[헤럴드DB]

시장에서는 정부가 비거주 1주택도 ‘세 낀 매매’를 허용한다 해도, 금융규제 완화 없이는 효과가 미미할 거라고 예상한다. 정부는 현재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 대상 규제 검토와 동시에 매도 시 실거주 의무를 일부 유예해 주는 안을 살펴보고 있다. 1주택자 매물도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마찬가지로, 무주택자만 살 수 있도록 퇴로의 대상을 한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무주택자 중에서도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일부에게만 매수 기회가 돌아가게 된다.

KB부동산 월간주택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0.16%로 집계됐다. 아파트 매맷값이 워낙 큰 폭으로 오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은 지난해 3월(53.83%) 대비 1년 만에 3.67%포인트 떨어졌지만, 매수자 입장에선 여전히 세입자가 퇴거할 때 매매가의 절반이 넘는 전세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입자를 돌려보낼 때 생활안정자금대출이 1억원밖에 안 나오는 관계로 현금 없는 무주택자 입장에선 세 낀 매물을 살 수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전세퇴입자금대출은 무주택자에 한해서라도 풀어줘야 정책의 의미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거주 1주택자’ 매도 시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준다 하더라도 무주택자가 세 낀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풀어주지 않으면, 매도자가 세 낀 집을 팔고 상급지로 갈 수 있는 길만 열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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