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날아드는 '국책은행 이전' 청구서[기자수첩]

오는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의도 금융가에 또다시 해묵은 '이전(移轉) 망령'이 드리웠다. 이번 타깃은 IBK기업은행이다.
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정치권이 앞다퉈 '기업은행 대구 본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표심 잡기에 혈안이다. 대구 지역 경제의 뿌리가 중소기업인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명분이다. 하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를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일단 던지고 보는' 무책임한 공약이 애꿎은 국책은행 직원들을 피 말리게 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이전설에 기관 내부의 동요는 이미 위험 수위다. "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미래가 불확실해 뒤숭숭하다"는 한 관계자의 토로는 엄살이 아니다.
앞서 부산 이전 폭풍을 맞은 KDB산업은행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산업은행의 신입 채용 규모는 2023년 85명에서 2024년 224명으로 급증했다가 2025년 168명으로 널뛰기했다. 핵심 실무진들의 짐 싸기를 땜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팩트를 냉정하게 짚어보면 정치권의 호언장담은 더욱 공허하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각각 대구와 부산으로 옮기려면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중소기업은행법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관련 개정안들은 번번이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기약 없이 표류 중이다. 명확한 법적 근거와 로드맵도 없이 지자체 표심만 자극하는 정치적 '희망 고문'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기업금융의 핵심 경쟁력은 으리으리한 신사옥이나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힌 정보의 네트워크와 우수한 인적 자본에 있다. 주요 고객사인 기업 본사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할 글로벌 금융기관, 핵심 인프라가 수도권에 밀집한 상황이다. 국책은행만 덜렁 지역으로 내려보낸다고 해서 자생적인 금융 생태계가 뚝딱 조성될 리 만무하다. 오히려 시중은행 대비 불리한 처우에 지방 이전이라는 페널티까지 겹치며 우수 인재들이 민간 금융권으로 이탈하는 엑소더스만 가속할 뿐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해법이 치밀한 산업적 득실 계산 없는 '국책은행 쪼개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지역 활성화는 억지스러운 공공기관 이식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인프라 구축과 자발적인 기업 투자를 유도할 때 비로소 싹을 틔울 수 있다.
이제 정치권은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 국책은행을 선거판의 제물로 삼아 임직원들의 거취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표 계산에 매몰되어 곪아가는 것은 단지 여의도의 직원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미래 경쟁력 그 자체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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