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투국인데, 韓이 제일 큰 충격” 한국에 전쟁났냐고 하더니…美싱크탱크의 분석

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전장 밖에 있는 한국 경제가 오히려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수입 구조와 제조업 중심 경제 체질이 맞물리며, 한국은 ‘비전투국 중 최대 피해국’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이란 분쟁이 한국에 미친 영향: 수치로 보는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란 분쟁 이후 한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비교전 국가는 없다”고 진단했다.
핵심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사실상 봉쇄되면서 에너지 공급망이 즉각 흔들렸다.
CSIS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원유뿐 아니라 다양한 핵심 자원에서도 호르무즈 의존도가 높다”며 “향후 2~6개월 동안 운송·물류·석유화학·농업·식음료 전반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피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영국 더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한국의 석유 제품 공급 감소 폭이 주요국 중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휘발유 공급은 86%, 디젤은 72% 감소해 주요국 평균 감소율(각각 12%, 20%)을 크게 웃돌았다.
원자재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 의존하는데, 이란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됐다. 헬륨 가격은 이미 40% 이상 급등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췄다. 주요국 중 가장 큰 하향폭이다. 동시에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상향 조정하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성장률은 최소 0.3%p 하락하고, 물가는 1.1%p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있다.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르면 성장률 -0.8%포인트, 물가 +2.9%포인트, 경상수지 -767억 달러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내년 4분기까지 배럴당 90달러 수준의 고유가 프리미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 선박 26척이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는 상황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에너지 문제를 넘어 물류·무역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먼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이날 기준 서울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으며, 전국 평균도 1964원을 넘어섰다.
공급망 대응도 강화됐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전국민 공급망 애로 핫라인’을 구축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접수된 애로를 즉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 병목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금 상황은 잠깐 지나갈 소나기가 아니라 장기화될 수 있는 폭풍우” 라며 위기 대응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의 현실화’로 보고 있다. CSIS는 “이번 위기는 한국 경제의 에너지·공급망 구조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구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 △대체 에너지 확대 △공급망 재편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를 계기로 중동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진다.
다만 한국을 ‘최대 피해국’으로 단정하는 데에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의존도와 금융시장 충격은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도 유사하게 겪고 있는 만큼, 한국 사례만을 부각해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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