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윤' 이시원은 왜 대북송금 사건에 적극 개입했을까

김호경 에디터 2026. 4. 8. 08:5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아태위를 '대북 금융제재 대상'으로 바꾸려

이화영 핵심 혐의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쐐기

형량 높이고 이재명 더 확실히 옭아맬 수 있어

박상용 "외국환거래법 내용 그대로 제3자 뇌물"

기재부가 찬물…"조선아태위는 제재 대상 아냐"

이화영 변호인 김현철이 사실조회 회신 끌어내

대북송금 전제 흔들리자 윤석열 대통령실 나서

국정원 압박했으나 1심 판결 기재부 고시대로

"8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만 노동당 전달돼"

민주 "이시원은 조작 전문가…특검이 추적해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해 9월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6. 연합뉴스

지난 2024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왜 북한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를 '유엔 대북 제재 대상'으로 몰아가려 했을까. 결국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핵심 혐의인 '외국환거래법 위반' 죄목을 성립시키는 데 쐐기를 박고 형량도 높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더 확실하게 옭아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시장은 당초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를 직접 수령하거나 측근 문모 씨에게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수억 원어치를 부정하게 썼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2022년 10월 14일 구속기소됐지만 이는 개인 비리에 가까웠다. (이마저도 검찰의 조작 가능성이 높은데 관련 기사 ☞ 이화영이 뇌물로 받아 썼다는 '쌍방울 법카' 진실은 참조.) 진짜 올가미는 2023년 3월 21일 검찰이 추가 기소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였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이 전 부시장에게 적용한 해당 혐의엔 검찰이 설계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본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1차 방북 때 김성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책략실장 겸 조선아태위 실장을 만나 약속했던 '스마트팜'(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자동화 시설을 갖춘 농장을 설치하는 사업) 지원 비용 500만 달러를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에게 대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 위해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200만 달러, 북한 정찰총국 고위 공작원 출신 리호남에게 100만 달러 등 300만 달러를 줬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이렇게 총 800만 달러의 외화를 쌍방울 임직원들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현금 소지 출국' 또는 '환치기'(무등록 외국환 업무) 수법 등으로 중국 및 필리핀에 밀반출했다는 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큰 줄거리다. 김성태 전 회장 또는 방용철 전 부회장으로부터 800만 달러를 직접 건네받은 북한 인사는 조선아태위 송명철과 리호남 등이지만, 검찰은 이 돈 전부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태위 위원장을 거쳐 대북 금융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에 최종 전달됐다고 봤다. 남북 대화·교류, 투자 유치 사업 등을 담당하는 조선아태위는 형식상 민간기구로 위장했으나 실제로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산하 조직이라는 논리였다.
2023년 10월 23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3.10.23. 연합뉴스

그런데 1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4년 2월 27일 검찰과 윤석열 정권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현철 변호사가 이날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최근 기획재정부가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선아태위는 금융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조회 회신을 법원에 보내왔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기재부 회신으로 대북송금 사건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법에 해당하지도 않는데 검찰이 어설프게 밀어붙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전부터 김 변호사는 해당 기재부 고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허가 지침>이 '열거적 규정'이며, 여기에 조선노동당 산하 중앙군사위원회와 선전선동부 등은 명시돼 있지만 통일전선부와 조선아태위는 없기 때문에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변론해왔다. 그래서 기재부에 금융제재 대상 여부에 관한 답변을 요청하도록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재부 회신 내용에 대해 신진우 재판장도 "유의미하다"면서 "기재부 입장은 선명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허가받지 않은 자에 대한 밀반출'과 '미신고 밀반출'의 두 가지 경우인데 (기재부 회신은) 첫 번째 위반 혐의 적용이 불가하다는 의미"라며 "그래도 '미신고 밀반출' 혐의가 남지만, 애초에 이화영은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준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그 부분 혐의도 부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이 전 부지사를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한 정당성이 흔들리고 이재명 대표를 엮어 '주범'으로 만들려던 계획도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내용은 그대로 이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로 직결된다. 그래서 앞서 2023년 6월 19일 수원지검 형사6부 박상용 검사는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중 한 명이던 서민석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제3자 뇌물이든 직접 뇌물이든 어쨌든 외국환거래법 위반의 것들이 그대로 제3자 뇌물로 되되 그건 공범을 이재명이랑 같이 갈 거고…"라고 자신했던 것이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아연실색해 국정원을 압박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2023년 6월 19일 당시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이던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중 한 명이던 서민석 변호사와의 통화 내용 일부. 채널A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본래 인사 검증과 대통령실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조직임에도 조선아태위가 조선노동당과 달리 유엔 대북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기재부 유권해석이 2024년 2월 27일 언론에 보도되자 대북송금 사건에 관여를 시도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 국정원 기관보고를 하며 해당 날짜를 처음에 '2024년 7월'이라고 잘못 말하고 언론에도 그렇게 보도돼 혼선을 일으켰으나 '2024년 2월'이 맞다.) 이시원 비서관은 "노동당 산하 조직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라 황원진 당시 국정원 차장 측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같은 해 3월 4일 회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그걸 왜 보냈냐"고 질책하고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부분을 보고서에서 제외해 수정본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결국 국정원은 3월 8일 이 전 부지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의 관련 내용 사실조회에 대해 조태용 원장의 수정 취지를 반영한 답변서를 3월 14일 제출했다. 또한 이 비서관은 조 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전부 아태위의 금융제재 대상 포함 여부에 관해 부처별 해석이 달라 허점이 있다"면서 "국정원장이 주관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해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조 원장이 부정적 반응을 표출하자 "국정원장 대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주관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까지 이번 국정원의 대북송금 사건 관련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만약 이 비서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제대로 관철됐다면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대부분 법원에서 인용됐을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 회신에 이어 국정원도 '통전부와 아태위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부분을 제외한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함으로써 수원지법 형사11부는 2024년 6월 7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서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800만 달러 중 금융제재 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전달된 돈을 200만 달러만 인정했다.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중 나머지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조선노동당에 지급했다거나 지급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8년 6월 4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베이징(北京)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 김 부위원장과 김 실장 등 미국 방문단은 이날 고려항공 JS152편에 탑승했다. 2018.6.4.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가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아 통째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금융제재 대상자에 대한 기재부 고시는 '열거적 규정'이 적용되는데, 제재 대상자인 개인(김영철)이 단체(조선아태위)의 대표자로 있다고 해서 고시에 기재되지 않은 조선아태위를 제재 대상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500만 달러는 조선아태위에 전달된 것이고, 통일부의 '북한지식사전'을 보면 조선아태위는 조선노동당 공식 부서가 아닌 민간기구로서 당의 외곽단체로 분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중 164만 달러,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중 230만 달러 등 총 394만 달러는 제재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외화 3만 달러를 초과하는 지급수단을 국외로 휴대 수출하려는 경우 사전에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환치기 방법이 사용된 스마트팜 비용 180만 위안(중국 돈)과 도지사 방북 비용 70만 달러에 대해선 '지급수단 휴대 수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개월, 그 외 특가법상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를 징역 8년으로 산정해 도합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 3억 2595만 원을 명했다.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실이 원했던 대로 800만 달러가 모두 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에 전달됐다고 인정됐다면 형량은 더 늘었을 것이다.

물론 검찰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800만 달러가 외국환거래법상 금융제재 대상자에게 전달됐다'는 공소사실 중 600만 달러에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금융제재 대상자의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한다면 조선노동당 등 금융제재 대상자가 제3의 단체를 형식적으로 끼워 넣어 자금을 수수한 경우 처벌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재판부의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사유로 2024년 6월 12일 항소했다. 같은 날 같은 수원지검 형사6부는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와 공모했다며 이재명 대표를 역시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제3자뇌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문주형·김민상·강영재)는 2024년 12월 20일 선고 공판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원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감형해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했고 이는 지난해 6월 5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대통령 당선 이후 헌법 84조가 규정한 불소추특권에 따라 '공판기일 추정'으로 중단된 상태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들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에 대한 구속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실 등 윗선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6.4.7. 연합뉴스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통전부와 조선아태위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조작기소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7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고 해서 돈만 외국으로 빼돌린 게 문제가 됐는데 조선아태위가 대북 제재 대상이 된다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도 되고 더 나아가서 국가보안법 위반까지 건들려고 했던 것이지 않나 싶다"며 "(윤석열 대통령실이) 국정원을 시켜 대북 제재 대상이라고 번복하게 만들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조특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종합특검이 발표한 '대통령실의 조직적 개입' 정황은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정권 차원의 기획수사, 조작기소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며 "이 사건은 박상용 검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관여하고, 국정원 감찰부서장으로 파견된 유도윤 부장검사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상용 검사에게 불법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였는지 검찰, 법무부, 윤석열 대통령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2차 종합특검에 촉구했다.

민주당 김기표 대변인은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는) 특검의 브리핑과 국정원장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실체는 경악스럽다. 기재부의 유권해석으로 북한 아태위가 제재 대상이 아님이 밝혀지자 윤석열의 심복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직접 나서 국정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심지어 이들은 국정원이 난색을 보이자 국가안보실까지 동원해 해석 기준을 비틀려 했다고 한다. 제재 대상 지정을 강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어떻게든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리겠다는 천인공노할 각본 때문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시원 전 비서관이 누구인가?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주역이자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조작이 전공인 자를 대통령실 핵심 요직에 앉혀놓고 무엇을 시켰는지 국민은 이미 그 추악한 답을 알고 있다"며 "특검은 이번 사건의 몸통과 배후를 끝까지 추적해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린 자들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조작 기술자'들과 그 하수인을 자처한 정치검찰을 끝까지 추적해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