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조' 신기록 쓴 삼성전자…메모리 호황 뒤 더 큰 과제는?

강민경 2026. 4. 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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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DS 영업익 50조 추정…글로벌 빅테크 최상단 진입
연간 전망 300조 상향…공급 부족에 가격 주도권 강화
전문가 "파운드리 정상화·고객 확대·노사 갈등 과제 남아"
삼성전자가 지난 2025년 10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에서 HBM4를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한국 기업사의 새 기록을 썼다.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이자 증권가 예상치를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수요가 동시 폭증한 가운데 HBM4 양산까지 선점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국내 대표 기업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 최상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초호황 이면에는 차세대 기술 경쟁·공급망 리스크·통상 압박·내부 안정 등 복합 변수가 한꺼번에 부상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금의 실적은 정점이 아닌 다음 경쟁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없어서 못 판다"

삼성전자 분기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는 메모리 초호황과 HBM 확대가 이끌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1분기에만 5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D램에서 40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는 사실상 '없어서 못 파는' 국면에 진입했다. 서버용 고성능 D램과 HBM은 물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실제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급등했고 2분기에도 추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차세대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제로 지적됐던 HBM 경쟁력은 올해 들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실적 전망도 재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200조원 안팎이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원 이상으로 빠르게 상향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내년 400조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고 공급자 우위 시장이 굳어지면 메모리 업체가 가격 결정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주요 메모리 주문이 상당 부분 이미 찬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체급도 달라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을 달러로 환산하면 약 379억달러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빅테크 가운데서는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만 앞선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엔비디아와 세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다만 지금의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 경쟁력 회복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측면이 크다. 가격 상승에 기대 이익이 급증한 지금이야말로 다음 사이클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노조는 최대 실적 발표 직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집회와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고객사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빅테크 고객들이 공급 차질 및 수율 안정성을 점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초호황 국면에서의 노사 충돌이 자칫 삼성전자가 잡은 기회를 스스로 훼손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초호황 속 균열…노사 갈등 변수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 특징./그래픽=비즈워치

더 큰 변수는 메모리의 승부가 HBM4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의 시선은 이미 다음 세대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E에 하이브리드 본딩(HCB) 기술을 적용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기존 열압착 본딩(TCB) 대비 열 저항을 20% 이상 낮추고 16단 이상 고적층 구현이 가능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1c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결합한 베이스 다이까지 적용,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경쟁사 움직임도 빠르다. SK하이닉스 역시 HCB를 조기 도입해 2029~2030년께 HBM5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적층 수가 20단 이상으로 확대되는 차세대 HBM에서는 기존 TCB 방식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BM4 이후 하이브리드 본딩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외부 변수도 만만치 않다. 중동 전쟁 장기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한 공급망을 다시 드러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65% 가량을 카타르에 의존해온 구조다. 정부가 최근 미국 등에서 약 4개월치 물량을 확보하며 "중기적으로 문제 없다"고 밝혔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카타르 LNG 생산시설 피해로 헬륨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거나 대체 수입선 확보가 늦어질 경우, 메모리 초호황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브롬 등 다른 공정용 원자재 역시 중동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미국의 통상 압박도 불안 요인이다. 철강·자동차·의약품에 이어 반도체까지 관세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부과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 의약품 관세가 현실화된 만큼 반도체 역시 더 이상 '말뿐인 위협'으로만 보긴 어렵다. 한국이 협상을 통해 일부 예외를 확보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는 순간 수출 경쟁력 및 투자 계획에 부담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과점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가 오히려 공급 제약과 가격 왜곡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호실적을 '다음 경쟁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메모리에서 고수익이 나는 국면에서는 HBM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핵심"이라며 "HBM4 양산을 엔비디아 외 고객으로까지 조기 확대하고 D램 미세공정 고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비메모리 사업 역시 더 이상 적자를 방치할 수 없는 단계"라며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화해 고객을 확보, 서둘러 흑자 전환을 이뤄야 전체 사업 구조가 안정된다"고 짚었다. 특히 "HBM과 파운드리는 범용 메모리와 달리 고객 수주에 따라 성과가 좌우된다"며 "결국 고객 확대 속도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노사 갈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금의 결정적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며  "파업이 현실화되면 반도체는 연속 공정 특성상 생산 차질뿐 아니라 고객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기 대응이 한 번 흔들리면 영향은 단기간에 그치지 않는다"며 "지금의 기회를 살릴지 놓칠지는 내부 안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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