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 아닌가”…390만명이 근로기준법 밖에 있다

손유지 2026. 4. 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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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법 보호 못받아
연차·수당·해고 보호까지 없는 현실의 민낯
열악한 노동이 저임금·인구위기 악순환 불러
해고 제한·연차 확대 등 법 적용 단계적 확대 시급
[지데일리] 한국 전체 임금 근로자의 17%에 달하는 390만 명이 법의 보호라는 안전망에서 배제된 채 일하고 있다.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해고 제한, 연장·야간·휴일 수당, 유급 연차휴가, 휴업수당,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법 밖 노동자’ 신세다. 
5인 미만 사업장 390만 노동자가 연차·해고 보호 없는 법 밖 노동으로 고통받는다. 중소기업 구조 속 권리 소외가 심화되며 경제 불평등을 키운다. 정책 확대 적용과 지원 강화로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 AI생성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이들의 규모는 무려 390만 명으로 전체 노동력의 6분의 1을 차지하며, 최근 경제 불안 속 소규모 사업장의 증가로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단순한 법적 허점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노동 불평등을 상징하는 어두운 단면이다. 

이같은 현상의 배경은 한국 경제 구조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중소기업 중심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주를 이루며, 특히 음식점, 소매업, 프리랜서 기반의 플랫폼 노동 등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사업장은 전체 사업체의 90% 이상을 형성하지만, 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해 노동 조건 개선이 뒷전으로 밀린다. 역사적으로 199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중소 사업장을 방치한 결과, 근로기준법 제11조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도록 규정된 채 30년 넘게 지속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무급휴직(14.9%)과 임금 손실(평균 23.4%)이 심각했으며, 사회보험 가입률도 국민연금 43.5%, 고용보험 50% 수준에 그쳐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최근 올해 4월에도 대구를 비롯한 지방 도시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비중이 1위를 기록하며 노동 사각지대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소외 현상은 노동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과 직결된다. 5인 미만 노동자들은 평균 근속 기간이 48개월 정도로 짧고, 임금 체불 경험이 58%에 달하며 평균 체불액이 198만 원에 이른다. 연차휴가는 전체 평균(14.6일)의 56%인 8.2일에 불과해 휴식권마저 침해된다. 사업주의 입김이 강한 환경에서 문제 제기는 즉시 해고로 이어지는데, 부당해고 구제 신청조차 법적 근거 부족으로 각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저임금·비정규직의 고착화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예컨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미가입으로 산업재해 발생 시 개인 부담이 커지며, 이는 공공의료비 증가와 노동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 게다가 젊은 층과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이들 사업장에서의 열악한 조건은 출산·양육 포기와 같은 인구 위기를 악화시킨다. 결국, 5인 미만 노동자 권리 소외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구체적으로 이 현상은 정책 미비와 경제 현실의 충돌에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처럼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주 41.5시간을 일하면서도 작업 환경 만족도가 61.2점에 그치고, 직장생활 만족도는 64.2점 수준이다. 정부의 영세사업장 지원(소득지원, 저임금 일자리 창출)이 논의되지만, 근로계약 체결률(94.2% 무기계약)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 미적용이 ‘일자리 상실’의 악순환을 낳아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곳으로 내몰린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OECD 국가 대부분이 규모 기준을 1~10인 미만으로 완화하거나 보편 적용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5인 기준을 고수하며 뒤처져 있다. 이는 자영업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노동권을 희생한 ‘한국형 모델’의 한계로, 결국 빈부격차 확대와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먼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고 제한, 휴일 규정, 연차휴가 등 핵심 조항을 5인 미만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모성보호와 연장근로 제한부터 우선 시행하면 사업장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과제로 먼저 시행령 개정으로 해고 제한과 연차휴가 등 핵심 조항을 단계적 확대 적용이 필요할다는 목소리가 있다 모성보호부터 우선 시행해 사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실태조사 기반 사회보험 의무화와 디지털 임금 체불 신고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노사정 대화로 영세사업주 보조금을 확대해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상생을 위한 노력 없이는 390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영원히 묻힐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법 밖 노동자를 법 안으로 끌어들이는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