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유엔 호르무즈 해협 개방 결의안 거부…중 “트럼프 ‘문명의 멸망’ 언급, 통과 시 침략에 악용”

중국과 러시아가 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선 보호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국과 이스라엘 군사행동의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레인이 제출한 결의안은 찬성 11표, 반대 2표(중·러), 기권 2표(콜롬비아, 파키스탄)를 얻었다. 압둘라티브 빈 라시드 알 자야니 바레인 외교장관은 “결의안은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마이클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콩고, 수단,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 등이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언급하며 “러시아, 중국은 이란이 세계 경제를 총칼로 위협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제롬 보나퐁 주유엔 프랑스 대사는 “(유엔 결의안은) 긴장 고조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해협 안보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어 조치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레인은 중국의 무력 사용 승인 반대 입장에 따라 결의안 초안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무력 사용이나 구속력 있는 강제 집행을 언급하는 구절들을 삭제했다.
반면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해당 결의안 초안이 “분쟁의 근본 원인과 전체적인 상황을 포괄적이고 균형 있게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시한이 다가오자 ‘문명의 멸망’을 언급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결의안이 채택됐다면) “매우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비아와 홍해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기고 과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푸 대사가 말한 ‘리비아 사태’는 무아마르 알 카다피 총리가 통치하던 2011년 유엔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결의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카다피 총리가 공군을 동원해 민간인을 학살하자 유엔은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리비아 전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또 민간인 보호를 위한 공습을 허용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유엔 결의안을 빌미로 리비아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후 리비아는 무정부 상태로 혼란에 빠졌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악용한 사례로 리비아 비행금지 결의안을 언급해 왔다.
홍해 사태는 미국, 영국이 2024년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을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예멘 본토를 공습한 것을 가리킨다. 이 공습 역시 후티 반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바실리 네벤지야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는 해양 안보를 포함해 중동 정세에 관한 새로운 결의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러가 제안한 결의안 초안에는 “진행 중인 적대 행위의 긴장 완화”와 “외교적 경로로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가 침략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중·러는 지난 5일 외교장관 통화를 갖고 휴전을 촉구하며 유엔 안보리에서 중동 문제와 관련해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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