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뜨거운 대구의 건축·예술 투어 ② 근대골목
(대구=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대구의 건축·예술 투어가 주목받으면서 대구를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근대골목이 있다. 근대골목에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현장이 된 건축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대구를 찾은 여행자들은 이 길을 걸으며 이곳이 항일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근대골목의 서상돈 가옥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080217822unjw.jpg)
역사로 걸어 들어가는 대구 근대골목
오랜만에 찾은 대구 근대골목이다. 너무도 유명한 곳이었기에 취재 계획에서 늘 빠져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을 쪼개 둘러보기로 했다. 때마침 숙소로 잡은 에어비앤비 바로 밑 골목이 근대골목이었다. 출장 시 웬만하면 호텔보다는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에어비앤비를 경험해 보는 편이다. 이번 숙소는 특히 관광지 내에 있어서 호텔보다 훨씬 편리했다.
대구 근대골목을 걷는 여정은 자연스럽게 한 편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길과 닮았다. 이 골목들은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기억과 근대 건축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상화 고택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080218043hyjk.jpg)
걸음은 이상화 고택에서 시작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남긴 시인이다. 그러나 낮은 담장과 오래된 기와지붕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한 시대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식민지의 현실 속에서도 민족의 봄을 노래했던 시인의 흔적이 이 작은 집에 남아 있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서상돈 고택이 있다. 1907년 "나라의 빚을 국민의 힘으로 갚자"는 외침이 시작된 장소다. 대구의 골목이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민족운동의 출발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근대골목 초입의 동상과 매화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080218255gfli.jpg)
의료 선교 역사 살펴볼 수 있는 청라언덕
약령시 골목을 지나 언덕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풍경은 다시 변한다. 도심의 번잡함이 조금씩 멀어지고 붉은 벽돌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이 바로 청라언덕이다.
언덕에 오르기 전부터 귀에 익은 노래가 떠오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한국 최초의 가곡으로 알려진 '동무 생각'이 태어난 곳이 바로 이 언덕이다. 한 세기 전 이곳을 거닐던 젊은이들의 감정이 지금도 노래로 남아 있다. 청라언덕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벽돌의 서양식 건물들이다. 스윗즈 주택, 블레어 주택, 챔니스 주택 등 1900년대 초 선교사들이 살던 사택들이다.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2층 건물들은 지금도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세워진 집들은 남북으로 긴 장방형 구조를 갖고 있고, 2층 목조 베란다가 운치를 더한다.
특히 챔니스 주택은 지금 의료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100년이 넘은 의료기기들이 전시돼 있다. 상아로 만든 오래된 청진기와 일제강점기 시절의 세균 배양기 등은 한국 근대 의료사의 시작을 보여주는 유물들이지만, 웬일인지 문을 닫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스윗즈 주택은 선교박물관으로, 블레어 주택은 교육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양 선교사들이 세웠던 학교와 병원, 교육 활동의 흔적들이 이 건물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건물들의 기초석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겨 있다. 기초에 사용된 돌 일부가 옛 대구읍성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무너진 성벽의 돌이 새로운 건축의 기초가 된 셈이다.
![청라언덕에 위치한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챔니스 주택. 1910년경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080218440dhsn.jpg)
소멸 위기에 처한 약령시장 소식에 아쉬움
청라언덕에서 근대골목으로 향하는 길에는 또 하나의 역사 공간인 '3·1운동 계단'이 있다. 약 90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일제강점기 학생과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쳤던 현장과 이어진다. 대구 근대골목은 이러한 항일운동의 기억과 근대 건축의 흔적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역사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학생과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쳤던 3·1운동 계단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080219104izhg.jpg)
이상화 고택 옆에는 오랜 기간 약령시가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상점과 간판 사이로 향긋한 한약 냄새가 번진다. 약령시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약재 시장이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말린 약초와 뿌리, 껍질들이 가득 쌓여 있고 상인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약재를 고른다. 좋은 기운을 느끼며 2대째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 한의원으로 들어섰다.
![한약재를 재료로 한 디저트를 파는 약령카페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080219295fhyx.jpg)
강영우 전 대구한의사협회장은 온화한 웃음으로 일행을 반겼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전해져 온 말은 일행들을 안타깝게 했다. 약령시를 지키는 한의사 평균 연령이 84세라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 후면 약령시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강영우 전 대구한의사협회장 [사진/성연재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8/yonhap/20260408080219735yzpd.jpg)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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