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거버넌스 늪]②당국 "농협은행 이익 부풀리기냐 충당금 더 쌓아라" 했던 배경
과거 배당 의식…충당금 적게 쌓아 당국 경고
건전성지표 CET1 핵심 '이익잉여금' 축적 한계
금감원 "지주·은행 재무영향 고려 안 해" 잇단 경영유의
농협금융지주 핵심인 NH농협은행이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음에도 자본 내실은 쌓지 못하고 있다. 신경분리 1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농협중앙회 중심의 권력 구조가 여전해서다. 은행 수익의 절반이 넘는 1조원대 자금이 매년 중앙회로 유출, 기초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최근 각종 비리가 불거진 중앙회 거버넌스 문제와도 맞물린다. 농협의 재무 취약성과 지배구조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10여년전 굵직한 조선·해운사들이 하나둘씩 나가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각 채권은행들은 자율협약을 통해 이들 기업의 경영정상화에 나섰던 때다. 금융당국도 각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 충당금을 적절하게 쌓았는지를 들여다봤다.
그때 당국의 눈에 들어온 곳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었다. 당시 위태로웠던 A조선사 충당금을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낙관적으로 분류, 충당금을 적게 쌓았다. 그만큼 이익은 늘었다. 이같은 이익 수준을 기반으로 농협금융은 농업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와 배당금 지급 계획을 세웠고 보고까지 마쳤다.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임 회장은 중앙회에 이미 보고까지 마친 상황이라 이 수준을 유지, 다음 분기에 충당금을 쌓는 쪽으로 버텼지만 당국의 완고한 태도에 결국 충당금을 쌓았다. 금융당국이 완고했던 데는 건전성 위협과 함께 이를 사실상의 '이익 부풀리기'로 봤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농협은행의 중앙회에 대한 농지비와 배당금이 있다는 해석이다.
NH농협은행이 매년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 이상을 농지비, 배당금 명목으로 농협중앙회로 유출하면서 은행과 금융지주의 장기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관련기사 :[농협 거버넌스 늪]①중앙회 '돈줄' 농협은행, 매년 1조원대 유출(4월7일)
과도한 자본 유출로 인해 내부 유보를 통한 자본 축적이 제한돼 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더욱이 자본 유출 후 부족한 자본을 채우기 위해 유상증자를 반복하는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외부 자본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통상적 선순환 구조로 보기 어려워 자본적정성 및 기초체력에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축적 한계…이익잉여금 비중 타은행 절반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5.23%로 규제 수준을 넘어섰다. 4대 시중은행(하나은행 16.42%, KB국민은행 14.91%, 신한은행 14.57%, 우리은행 14.13%)과 견줘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내실을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4대 은행의 보통주자본 구성을 보면 이익잉여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우리은행이 94.7%로 비중이 가장 높고, KB국민은행 85.3%, 신한은행 84.3%, 하나은행은 73.2%다. 평균 84% 수준이다. 반면 농협은행은 45.5%로 절반 수준이다.
실제 이익잉여금(연결 기준) 규모를 따지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KB국민은행은 30조6086억원, 신한은행 28조2621억원, 우리은행 24조9044억원, 하나은행 24조6638억원인데 반해, 농협은행은 10조7360억원에 그쳤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농지비와 배당금을 합산한 주주(농협중앙회) 환원율은 70% 이상"이라며 "많은 주주환원과 동시에 지속적인 범농협 수익 제고를 위해 타행과 달리 중앙회와 지주를 통해 유상증자를 수시로 받고 있어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증가해 보통주자본 중 이익잉여금 비중이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주자본은 은행 위기 시 가장 먼저, 아무런 조건 없이 꺼내 쓸 수 있는 자본으로 은행의 최종 손실 흡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 자본에서 이익잉여금 비중이 작다는 것은 은행이 스스로 벌어들인 돈이 아닌 증자 등 외부 수혈이나 기타 자본 항목의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는 자본의 질 측면에서 타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로 평가된다. 이익 축적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통상적인 자본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벌어서 내보내고, 부족하면 다시 채우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는 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자체 대응능력이 제한적이고 외부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금리 등이 안정적인 경우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완충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외부 리스크가 닥치면 건전성 지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최근 중동 사태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고 시장 금리 변동성이 커져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증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취약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은행이 농협법에 기초한 특수은행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이익 유출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경우 자본 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도 자본 유출 '과도' 지적…개선 안돼
금융당국도 수년 전부터 농협은행이 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지비와 배당이 과도하다며 문제를 지적해 왔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에 이와 관련한 경영개선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가 농협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을 대주주인 중앙회에 배당하는데, 배당 재원 주체인 은행이 중앙회, 회원조합 관련 지원성 사업을 하면서도 농지비를 중앙회에 지급하고, 필요 내부유보액(자본)까지 부담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주가 농지비, 내부보유액 등 (은행의)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지 않고, 중앙회 배당 시에도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아 지주의 중장기 자본계획 수립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앞서 2020년에도 농지비가 손익규모 등 재무현항과 무관하게 결정되는 점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배당금과 내부유보액에 대한 검토를 통해 대주주인 중앙회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 적정한 배당 정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규제가 중앙회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인 만큼 개선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농협은행, 금융지주의 경우 금융감독 범위 내에 있지만 실상 지배구조 정점인 농협중앙회에는 감독 범위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당국 요구에도 개선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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