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기도 전에 나온다…편의점, 신상 속도 경쟁
버터떡은 화제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출시
두쫀쿠 이후 트렌드 빠르게 잡아야 한다는 인식

편의점업계가 'SNS 트렌드 신제품'을 내놓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인기가 한풀 꺾일 때쯤에야 '미투 제품'을 선보이던 예전과 달리 이슈몰이가 되면 곧바로 제품화에 나서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벌써 나왔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은 '유행의 종착역'이었다. 어떤 제품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유명한 가게들이 생기고, 맛볼 사람은 다 맛봤다고 생각할 때쯤 편의점에서도 비슷한 메뉴가 출시됐다. 지난 2023년 초 인기를 끌었던 탕후루가 그랬고 2024년 '대란'이 벌어졌던 두바이 초콜릿도 그랬다. 편의점이 해당 제품을 출시하면 "유행 끝났네"란 말이 나왔다.
'두쫀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기를 끌던 두쫀쿠가 '광풍'이 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그나마도 마시멜로 대신 떡을 사용하는 등 '유사품'에 그쳤다. 올해 초부터는 제대로 된 두쫀쿠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이미 유행의 끝물이었다.

타이밍이 늦어서만은 아니었다. 개인 매장에서 공들여 만들어 완성도가 높았던 '원조'를 따라잡기엔 완성도도 떨어졌다. 1만개 이상의 점포에 매일 수만 개 이상을 공급하는 편의점의 특성상 단가를 낮추고 대량생산해야만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쫀쿠처럼 카다이프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경우 대기업인 편의점은 재료 수급에서 불리해진다.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중장년층이나 비싼 가격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사람들이 '꿩 대신 닭'이라는 마음으로 편의점을 찾았다. 혹시나 해서 편의점에서 '유행템'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역시나'였다. 편의점들은 수십만 개가 팔렸다며 자랑했지만, 두 번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랬던 편의점이 이제는 달라졌다. 유행을 따라오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가장 앞서가는 건 CU다. 좋은 예가 '두쫀쿠' 다음 트렌드로 지목됐던 '버터떡'이다. SNS에서 버터떡이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게 지난 3월 초, CU가 편의점 업계 최초로 '소금 버터떡'을 내놓은 게 같은 달 16일이다. CU는 '두쫀쿠' 때도 가장 빠른 10월 말에 제품을 내놨다.
열흘 뒤인 25일엔 세븐일레븐도 '상하이버터모찌볼'을 시작으로 '쫀득버터모찌', '버터가득쫀득모찌' 등 버터떡 4종을 내놨다. 이달 들어서는 이마트24와 GS25가 버터떡 열풍에 동참했다. 지난 유행들과 달리 이슈가 시작된 지 한 달 이내에 편의점 4사가 모두 '탑승'한 셈이다.

유행에 발맞춰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는 것을 넘어 유행을 한 발 앞서 선점하기도 한다. CU는 지난 7일 '하이퍼 리얼리즘 아이스크림'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겉모습은 당근, 삼각김밥과 똑같지만 실제로는 아이스크림이다. 최근 SNS에서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한 실물 모사형 상품을 다룬 콘텐츠가 인기라는 점에서 착안해 제품화했다.
유행을 따라가며 '미투 상품'을 만들기 급급했던 편의점이 이제는 유행에 발맞추거나 유행을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 발굴단
편의점이 이전보다 빠르게 '화제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건 트렌드를 포착하고 이를 빠르게 상품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쫀쿠와 버터떡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포착한 CU의 경우 CX본부 산하 빅데이터팀을 통해 인스타그램, X, 틱톡 등 주요 SNS 언급량과 검색 키워드 등을 분석해 트렌드 보고서를 만든다.
'트렌드 후보군'을 추린 후엔 국내 유행 디저트와의 공통점이 있는지도 판단한다. 예를 들어 버터떡의 경우 근래 유행했던 두바이 쫀득 쿠키와 유사하게 쫀득한 식감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해 유행 예감을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트렌드가 포착되면 상품팀이 움직인다. 중소 협력사와 함께 물량 확보를 위해 대량 수매를 진행한다. 중소 협력사는 대기업 생산자보다 규모가 작아 담당자와 상품 연구자 간 소통이 빠르다. 수작업 공정이 포함돼 있어 레시피 변경도 수월하다. 생산 스케줄 변경이 용이해 트렌드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1월 사내에 '트렌드연구소'를 세웠다. 이 역시 SNS 트렌드와 소비자 반응 등을 분석해 상품 기획에 반영하는 팀이다. GS25는 AI를 활용하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 검색 포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키워드가 부각되는 초기에 히트 상품 후보군을 발굴하고 신제품을 준비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1020이 주력 소비층인 만큼 어느 채널보다 빠르게 이를 포착하고 제품화해야 한다"며 "이미 이슈가 된 뒤 이를 뒤따르는 게 아닌, 향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아이템을 미리 선점할 수 있는 곳이 시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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