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때보다 더 안돼"…여수산단 덮친 중동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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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아선 아예 문을 닫는 게 나을 지경입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의 공장 가동이 흔들리자, 그 충격이 굴뚝 밖 골목 상권까지 번지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악재가 이중 삼중으로 겹치면서 여수산단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당장 전쟁이 중단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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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뉴스1) 김성준 기자
요즘 같아선 아예 문을 닫는 게 나을 지경입니다. 코로나(팬데믹) 때보다 더 (장사가) 안 되네요.
7일 오후 찾은 전남 여수산단 인근 상가. 식당 문은 열려 있었지만 손님은 드물었고, 골목 곳곳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의 공장 가동이 흔들리자, 그 충격이 굴뚝 밖 골목 상권까지 번지고 있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 가공 공장이 몰려 있는 산단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평소라면 하늘을 뒤덮었어야 할 흰 수증기는 일부 공장에서만 올라왔고, 대화가 묻힐 만큼 울리던 공장 가동음도 예전 같지 않았다. 곳곳엔 정적이 감돌았다.
여수석유화학단지는 지난해 64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한 국내 최대 산업단지다. 중국발 물량 공세에 밀려 생산량 감축을 결정한 데 이어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공장을 돌리는 것 자체가 버거운 상황에 내몰렸다.
국내 나프타 수요는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중 중동 수입 비중이 70% 이상에 달해 원료 수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여수산단의 대표적인 나프타 가공 업체인 여천NCC,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일부 공장 가동 중단과 정기보수 조기 시행 등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지난달 23일부터 연산 80만 톤 규모의 2공장 가동을 멈추고, 연산 120만 톤 규모의 1공장만 돌리고 있다.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유지·보수 등을 고려하면 최소 40% 이상은 돌려야 한다고 본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정기보수를 예정보다 3주 앞당겼다. 다음 달 28일 정비를 마치는 대로 에틸렌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정상 가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123만 톤이다.
앞서 여천NCC도 물량감축에 따라 연산 140만 톤의 공장을 멈춘 데 이어 프로필렌 전용 가공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나프타 가공 공장도 가동률을 60%대까지 낮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악재가 이중 삼중으로 겹치면서 여수산단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당장 전쟁이 중단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산단이 멈춰서자 충격은 곧장 지역 경제로 번졌다. 대기업뿐 아니라 하청업체와 플랜트 노동자들까지 일감이 급감했고, 지역 소비도 빠르게 식고 있다. 산단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여수의 일상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를 오가며 일해 온 한 플랜트 노동자는 "신규 투자도 없고, 공장이 중단되니 일거리가 하나도 없다"며 "현장 규모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지만 한 달에 절반도 일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산업단지 인근 먹거리 골목과 상가에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임대'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여수 학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사람 수와 시간을 제한했었던 코로나 때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월세와 운영비용 등을 고려하면 문을 열어둘수록 적자만 쌓이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상인은 "최근에는 기업들도 단체 회식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다른 지역도 비슷하겠지만 산단 근로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인 여천지역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wh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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