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횡재세’ 만지작…국내 정유업계도 떨고 있다? [잇슈 머니]
[앵커]
두 번째 키워드 '횡재세 어떻게 생각하세요?'입니다.
유럽에서는 벌써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물리자는 말이 나온다면서요?
횡재세가 뭔지부터 좀 쉽게 설명해 주시죠.
[답변]
네, 횡재세(windfall tax)는 말 그대로 바람에 흔들려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을 뜻합니다.
즉,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 때문에 기업이 갑자기 큰돈을 벌었을 때, 그 초과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개념입니다.
이번에는 중동 사태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이렇게 EU 5개국이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EU 차원의 횡재세를 검토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이 나라들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전쟁으로 생긴 초과 이익이라면, 그 돈의 일부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데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EU는 비슷한 형태의 '연대 기여금'을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평소 실력으로 번 돈이라기보다 전쟁이나 공급 충격 같은 외부 변수 덕분에 갑자기 이익이 폭증하면 "그건 순수한 기업 노력만의 결과가 아니지 않느냐"는 사회적 논쟁이 붙는 것입니다.
그래서 EU에서는 기름값이 뛰어 생활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정유사 실적만 급등하면 "왜 소비자만 고통을 다 떠안느냐"는 말이 바로 나오고 있습니다.
즉, 현재 횡재세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고유가 시대의 공정성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우리나라도 비슷한 논란이 붙을 수 있겠네요.
국내 정유업계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진짜 그렇게 많이 버는 겁니까?
[답변]
맞습니다.
지금 정유업계는 숫자만 보면 역대급 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복합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정도인데, 현재 훨씬 넘는 4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항공유 같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도입가와 운영비, 물류비를 뺀 차이인데, 이 숫자가 높을수록 정유사의 수익성이 좋아집니다.
왜 이렇게 뛰었느냐, 중동 사태 이후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3월 석유류 물가도 전월 대비 10.4% 올랐고, 국제 시장에서는 정유 제품 가격이 더 가파르게 뛰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아직 횡재세를 실제 도입한 적은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논의는 있었지만, 법제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정유사 실적이 본격적으로 확인되면, 국내에서도 "이 정도면 횡재세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이 먼저 논의의 불씨를 살린 만큼,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반론도 있지 않습니까?
정유사 입장에서는 많이 벌 때만 세금 더 내라고 하면, 손해 볼 때는 누가 책임지느냐 이렇게 말할 것 같은데요?
[답변]
핵심은 지금 이익의 상당 부분이 진짜 현금이 아니라 재고 평가익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유업계 내부에서는 1분기 영업이익의 80% 정도가 현금 흐름이 따르지 않는 재고 효과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은 싸게 사둔 원유 덕에 이익이 폭증하는 시기이고, 나중에는 비싸게 사둔 원유 때문에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정유 4사가 회사별로 1조 원 안팎의 최대 실적을 냈지만, 이후 유가가 꺾이자 다시 손익이 급격히 악화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사회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하더라도 무조건적 상시 과세가 아니라, 조건부·한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전쟁이나 공급 충격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만 과세 대상으로 삼고, 적용 기간도 짧게 제한하며, 그렇게 확보한 재원을 소비자 유류비 지원이나 취약계층 지원에 분명하게 연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U가 이 문제를 다시 꺼내 든 것도 바로 이런 위기 대응 성격이 강합니다.
정리하면, 횡재세 논란의 핵심은 결국 전쟁으로 번 돈을 누구를 위해 쓸 것이냐입니다.
초과 이익이 발생했다면, 그 일부는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취약계층과 서민 지원에 쓰자는 것이 횡재세 논의의 명분입니다.
다만 일시적인 회계상 착시까지 모두 횡재로 보고 세금을 물리면 공급과 투자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공격 유예 12시간 앞두고…“미군, 이란 하르그섬 군 시설 공격”
- [단독] ‘체납 1위’ 권혁, 해외 비자금 400억 빼돌렸나…혐의 추가 포착
- 트럼프 또 한국 거론…“김정은 옆에 미군 뒀는데 안 도와”
- “이게 가능해?” 6천만 원대 미사일로 1,500억 전투기 격추
- “휘발유 품절이요”…휘발윳값 2천 원 시대 새 풍경
- ‘막히는 출퇴근길’ 이유는?…꼬리물기·끼어들기 대대적 단속
- 돌봄 최전선 ‘요양보호사’ 대란…“어르신 못받아” [돌봄인력난]①
- 다리 명판만 수십 개 감쪽같이…또 기승 부리는 구리 절도
- 인류 최초 달 뒷면 목격…“압도적이다”
- 맞춤 지원한다더니…‘고립·은둔 청년’ 3년 만에 2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