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삶 지킨다는 청년센터, 그 안 청년은?

김설 2026. 4. 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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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서울청년센터 마포 잔혹사

서울시 전역에 위치한 '서울청년센터'는 청년들에게 정책을 연결하고 고립을 방지하며 환대받는 공간을 표방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서울청년센터 마포의 전원 퇴사 사태는 환대의 공간 뒤에 숨겨진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청년의 삶을 돌본다는 공간이,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들에게는 현대판 충성서약과 직장내 괴롭힘으로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고통스러운 현장으로 변모해 버린 것이다.

상식을 넘어선 '충성 서약' 근로계약서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말 서울청년센터 마포의 수탁기관이 '미담장학회'로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법인이 내민 근로계약서는 2026년의 기록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상급자의 지시에 반대는 딱 한 번만 가능', '최저임금을 받는 대신 백의종군의 자세로 임할 것', '가족 전원이 동의하고 행사에 참여할 것' 등 헌법적 가치와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독소조항들이 가득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매니저들에게 돌아온 것은 "왜 이렇게 삐딱하냐"는 폭언과 사무실 출입 금지, 인포데스크로의 격리 배치라는 전형적인 직장내 괴롭힘이었다. 청년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은 졸지에 단순 안내직으로 전락해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다.

"조치는 했으나 책임은 없다"는 무능한 행정

더욱 절망적인 지점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마포구청의 태도다. 마포구청은 고용승계율이 80%를 넘었으니 수치상 문제가 없으며, 퇴사는 개인의 진로 선택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에게 "수탁기관을 바꿀 수는 없으니 가해자와 직접 해결하라"며 사실상 방치했다. 공공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노동권 침해가 발생했음에도 정량적인 조치 횟수(공문 발송 등)만을 늘어놓으며 행정의 책무를 방기했다. 결과적으로 전문인력 전원이 일터를 떠나고 조직이 붕괴됐다면, 그 행정은 명백한 실패다.

지워진 '현장의 전문성'과 단절된 청년 정책

이번 사태의 가장 뼈아픈 결과는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퇴사율이 아니라, 수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청년 지원의 노하우와 전문성'이 한순간에 증발했다는 점이다. 청년센터는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고립된 청년을 발굴하고, 그들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매니저들의 '관계 지향적 전문성'이 핵심인 곳이다.

그러나 수탁기관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고용불안과 노동권 침해는 이러한 전문인력들을 현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숙련된 매니저들이 떠난 자리는 다시 단기 계약직들로 채워지고, 정책의 연속성은 끊기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센터를 이용하는 지역 청년들에게 돌아간다. "사람이 바뀌어도 운영은 된다"는 행정 편의적 사고가 청년 정책의 근간인 신뢰와 공공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청년센터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청년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공간에서 방문객인 청년이 진정한 환대를 받을 리 만무하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표준근로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운영주체 변경시 고용 연속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강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문제가 반복되는 법인에 대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공공사업에서의 원칙적 배제가 이뤄져야 한다. 청년센터는 청년정책의 역사가 쌓인 공공의 약속이다. 그 약속이 깨진 자리에서 청년노동자의 침해된 권리에 대해, 이제 공공이 책임 있는 응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ti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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