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 전쟁이 쏘아올린 ‘재생에너지 전환’[점선면]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 내는 정부
중국은 ‘전기국가’ 달성…위기를 기회 삼아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여파로 결국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대로면 역대 최고가격 경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입니다. 정부가 ‘에너지 대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한 배경인데요. 이 전환, 왜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지 짚어봤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진짜 늦은 때였습니다!
화석연료, 지속가능하지 않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명제는 오래 전부터 상수였습니다. 아직 발등에 심각한 불이 떨어지지 않아 우선순위에서 밀려 왔을 뿐이죠.
그동안 석유 고갈론도, 온난화되는 기후도 ‘에너지 전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석유 고갈론이 처음 등장한 지는 50년도 훌쩍 넘었지만 에너지 탐사와 시추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은 계속해서 증가세입니다. 기후변화로 요란한 여름 홍수나 한겨울 폭설을 겪어도 다음 계절이면 잊어버리기 십상이었고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느닷없이 발표됐을 때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정말로 우리나라가 산유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인지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죠.
역시 자본주의적 충격요법만 한 것이 없는 듯합니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니 화석연료의 지속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더 이상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명확하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정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대전환”
에너지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국가 에너지 대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가야 한다는 큰 방향이 이미 잡혀 있지만 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겁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6일 발표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를 보급하고,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0% 수준에서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GW는 약 10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이라고 봅니다. 기후부는 단기간에 설비 확충이 가능한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때 에너지 안보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가경제 타격을 덜 받았다는 겁니다.
국가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이 신규 태양광과 풍력설비를 확충해 약 1000억 유로(174조2740억원)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도 한국·일본·필리핀 등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발발 후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국가란 무엇인가요
‘전기국가’도 키워드입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6일 국무회의에서 전기국가를 언급했습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30%를 전기로 충당하면 전기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장관은 “화석에너지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전기화 비중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며 “전기국가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전기국가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2025년 전기가 에너지 소비의 30%를 넘는 첫 전기국가가 됐습니다. 유럽·미국과 한국은 이 비율이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때 중국은 화석연료를 태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세먼지 주범국’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 굴기의 기세가 매섭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막대한 정부 자금을 투입했고, ‘탄소중립’을 국가적 과제로 명시한 ‘중화인민공화국 에너지법’을 2025년부터 시행했습니다. 중국은 현재 중동 지역 전쟁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에서 에너지·정책 고문을 지낸 사울 그리피스는 ‘전기화’를 더 미룰 시간이 없다고 촉구합니다. 그의 저서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에 따르면,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 억제 프로젝트를 2000년에 시작했다면 매년 4%를 감축하면 됐지만 2021년에 시작한다면 연간 10%를 줄여야 합니다. 또 그리피스는 에너지 하이브리드에 부정적입니다. 가교 따위를 놓을 한가한 시간이 없으니 곧바로 전기화로 직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피스는 호주에서 모든 에너지 기반을 100% 전기로 전환하는 마을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약 500가구 규모의 실증 프로젝트인데요. 주목해 보면 좋을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에너지 전환, 지금이 기회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은 중국이 중동 전쟁 여파를 비껴간 것을 자평하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현대 에너지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정리했습니다. 중동 위기가 쏘아올린 에너지 대전환의 적기를 잡지 못하면 미래도 없을 거예요.
에너지 전환과 함께 우리의 에너지 소비 실태도 점검해야 합니다. 한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0.6%인데 에너지 소비량은 2%입니다.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토 면적 대비 에너지 사용량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에너지 사용량은 우리가 쓰는 소비재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에너지도 포함해요. 석유제품인 플라스틱이 대표적이겠죠. 에너지 덜 쓰고, 쓰레기도 덜 버려야 합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고, 석탄산업을 되살리려 하고, 재생에너지를 “세기의 사기극”이라고 폄훼하며 기후변화를 부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가 시작한 명분 없는 전쟁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고삐를 죄게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모로 가도, 에너지 전환으로만 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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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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